마이클 플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워싱턴/AFP 연합뉴스
마이클 플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낙마 일주일 전에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다른 측근들이 비공식 채널을 통해 러시아에 대한 제재 해제 계획을 백악관에 비밀리에 전달했다고 <뉴욕 타임스>가 19일 보도했다. 특히 이때는 미 연방수사국(FBI)과 의회가 플린 전 보좌관의 ‘부적절한 러시아 유착 의혹’을 수사하던 시점이어서, 트럼프 행정부의 끈질긴 러시아와의 접촉으로 인해 ‘러시아와의 유착 관계’ 의혹이 더욱 짙어질 것으로 보인다.
신문은 지난 1월 말, 안드리 아르테멘코 우크라이나 의원, 러시아 출신 미국인 사업가 펠릭스 세이터,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인 마이클 코언 등 3명이 뉴욕 맨해튼의 로스 리전시 호텔에서 만나 대러 제재 해제를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아르테멘코 의원이 작성한 계획안은 코언에게 전해졌고, 코언은 이를 다시 플린에게 전달했다. 플린이 이를 트럼프 대통령에게까지 보고했는지 등은 확인되지 않았다.
제재 해제안에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서 모든 병력을 철수하며, 우크라이나는 크림반도를 러시아에 50년 또는 100년간 임대하는 방안을 놓고 국민투표에 부치는 방안이 들어 있다. 러시아는 2014년 크림반도를 강제합병한 바 있다.
대러 제재 해제 논의에 참석한 3명이 공식적인 지위나 대표성이 없다는 점에서, 사적인 ‘백 채널’을 통한 막후 접촉도 문제로 지적될 수 있다. 다른 모든 외교 현안을 다룰 때도 트럼프 행정부 안에서 국무부 등 공식 채널이 제외될 수 있는 개연성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아르테멘코는 현재 우크라이나 대통령인 페트로 포로셴코와 대립하고 있는 ‘반정부 인사’로 트럼프 행정부와의 거래를 통해 우크라이나에서의 정치적인 입지를 높이기 위한 목적이 들어 있는 것으로 신문은 분석했다. 그는 2000년대 초반 횡령 사건에 연루돼 2년 반 동안 감옥생활을 하기도 했으며, 최근에는 자신의 ‘트럼프다운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다.
세이터는 트럼프와 오랫동안 사업상 관계를 유지해온 러시아 출신 미국인으로 주가조작 사건에 연루되기도 했으며, 코언은 연방수사국으로부터 러시아와의 연관성 의혹을 수사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이번 사건은 외교적 문제로 비화될 수도 있다. 발레리 찰리 주미 우크라이나 대사는 “아르테멘코는 우크라이나를 대신해 어떤 외국 정부에도 평화안을 제안할 권리를 갖고 있지 않다”며 반발했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yy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