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미국 플로리다주 멜버른에서 열린 연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퍼스트레이디인 멜라니아와 함께 무대에 올라 지지자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멜버른/AFP 연합뉴스
대규모 유세로 지지층 결집 시도
“결코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
비판보도 언론에 선전포고까지
국방장관 이외 고위직 인선 지연
플린 하차 등 외교안보 공백상태
NYT “행정부를 엉망진창 만들어” 지난 16일 ‘격정 기자회견’과 이날 유세를 보면, 트럼프의 향후 정국 운영 구상이 드러난다. 우선, ‘언론과의 전쟁’을 통해 자신에 대한 비판적인 보도가 지지자들에게 확산되는 것을 차단하려 하고 있다. 그는 이날 “언론들이 사람들한테 거짓말을 할 때 결코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며 선전포고를 했다. 지지자들은 이날 뒷쪽에 있던 기자들에게 야유를 퍼부었다. 트럼프 내부에서도 트럼프가 자신의 재충전과 지지자 결속을 위해 앞으로도 이런 유세를 적극 활용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 국영 라디오방송인 <엔피아르>(NPR)는 “트럼프는 대규모 유세에 가는 것을 ‘훌륭한 정치’라고 생각한다”며 “케이블 방송 시청을 점령할 수 있고, 지지자들을 열광하게 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자신과 정책이 다른 공화당 의원들을 압박하는 효과가 있다”고 분석했다. 논란이 됐던 정책들도 철회할 뜻이 없어 보인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반이민 행정명령은 완벽하다”며 법원에 혼란 책임을 돌렸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18일 새로 준비중인 반이민 행정명령에서도 이슬람권 7개국 국민의 입국불허 방침을 고수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한달’에 대해 미 언론들은 혹평 일색이다. <뉴욕 타임스>는 18일치 사설에서 “견습생이 이끄는 서투른 백악관”이라고 꼬집었다. 소수 측근들에 의해 작성된 ‘반이민 행정령’은 법원으로부터 ‘임시 중지’라는 철퇴를 맞았고, 엄청난 사회갈등과 전세계적인 비판을 불러일으켰다. 외교안보는 공백 상태다. 렉스 틸러스 국무장관이나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만 취임했고, 나머지 고위직은 인선조차 되지 않았다. 마이클 플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까지 러시아와의 부적절한 유착 의혹으로 사퇴하면서, 국가안보회의(NSC)는 새로운 물갈이에 직면하고 있다. 정권 초기임에도 백악관과 행정부의 기밀사항은 빠르게 언론에 유출되고 있다. 엔리케 페냐 니에토 대통령이나 맬컴 턴불 오스트레일리아 총리와의 통화 내용이 그대로 새어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좌충우돌에 대한 내부 반발이라는 풀이가 많다. 그럼에도 극단적 성향의 측근들은 건재하다. 스티븐 배넌 백악관 수석전략가가 여전히 트럼프의 원고를 집필하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는 전했다. 이 신문은 “오바마 행정부로부터 모든 ‘엉망진창 상황’을 물려받았다고 트럼프는 주장하지만, 트럼프가 엉망진창 상황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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