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노동부 장관으로 지명한 앤드루 퍼즈더 후보자가 ‘불법이주 도우미 고용’과 ‘전처 학대 논란’ 속에 15일 결국 자진사퇴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내각 지명자 가운데 자진사퇴나 상원 인준 실패 등으로 취임이 좌절된 첫 ‘낙마’ 사례다. 러시아와의 유착 스캔들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마이클 플린 전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 사퇴에 이어 트럼프 내각이 총체적 혼란에 빠진 양상이다.

퍼즈더 지명자는 15일 성명을 통해 “신중하게 숙고하고 가족과 논의한 결과 노동장관 내정자에서 물러난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노동부를 이끌어 미국 노동자와 기업을 지속가능한 번영의 길로 되돌릴 인물로 여겨줘 영광”이라고 사퇴의 변을 밝혔다. 패스트푸드 기업인 ‘시케이이(CKE) 레스토랑’ 최고경영자(CEO) 출신인 퍼즈더는 최저임금 인상과 초과근무수당 적용 확대 등을 반대해온 ‘반노동자’ 성향 때문에 지명 당시부터 민주당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혔다.

하지만 인준에 반대하는 공화당원들이 늘어난 게 결정적 압박으로 작용했다. <시엔엔>(CNN) 방송은 이날 퍼즈더의 사퇴를 두고 “공화당 의원들의 반란”이라고 묘사했다. 공화당 중진 관료들은 14일 밤과 15일 인준에 성공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백악관에 알렸다. <워싱턴 포스트>는 최소 12명의 공화당 상원의원이 퍼즈더에 대한 지지를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공화당에서 3명 이상의 반란표가 나오면 상원 인준을 통과할 수 없다.

퍼즈더는 노동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뒤 여러 스캔들에 시달렸다. 불법이주민 도우미를 고용한 것은 노동장관으로는 치명적인 결격 사유였다. 한때 전체 직원의 약 40%를 불법체류자로 채웠다는 과거 발언도 알려졌다. 1990년 퍼즈더의 전처인 리사 피어스타인이 가명으로 방송에 나와 남편의 학대와 협박을 폭로했던 동영상도 폭로됐다.

플린의 사임으로 인한 외교안보 사령탑의 공백 상태, 인준을 거부한 공화당의 이반 현상, 러시아 스캔들 확산 등 트럼프 행정부는 제대로 출발도 하기 전에 점점 수렁에 빠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플린의 사임에 대해 “언론이 정보를 불법 유출한 탓”이라고 언론을 탓했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총무는 정보위원회가 플린에 대해 조사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플린에 대한 의회의 조사가 시작되면 ‘러시아 커넥션’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한 트럼프 행정부는 더욱 압박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yy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