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13일 백악관에서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 정상회담을 마친 뒤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북한을 강력히 다룰 것’이라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13일(현지시각) 발언은 트럼프 행정부 안에서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한 ‘불쾌 지수’가 점점 높아져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트럼프 행정부가 상황 악화 방지를 위해 즉각적인 대북 대응은 자제하고 있지만, 향후 새 대북 접근법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이틀 전인 11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긴급 기자회견에서 “미국은 일본을 100% 뒷받침한다는 것을 모두 이해하고 완전히 알았으면 좋겠다”며 북한을 적시하지 않은 것과 견줘보면 감정 수위가 꽤 높아졌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위원장이 지난 1월1일 신년사에서 ‘미국 본토에 도달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최종단계 임박’을 언급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트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대응한 기조와 다소 비슷해졌다.
특히,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의 공동 기자회견장에서 나온 질문이 ‘미국이 직면한 가장 중요한 국가안보 현안들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일반적인 것임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 “많은 사람들이 얼마나 상황이 나쁜지 잘 모르는 문제들이 있다”며 북한을 콕집어 지목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인식이 상당히 악화됐음을 보여준다.
여기에는 북한의 탄도미사일이 제기하는 ‘미국의 안보 위협’이라는 실체적 현실 이외에도 미 언론들의 잇딴 ‘트럼프 비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미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최초 대북 대응 기조가 약했던 점, 만찬장에서 극비 상황이 참석자들에게 모두 공개될 정도로 허둥지둥 대응한 점 등을 부각시키고 있다.
미 의회는 행정부보다 더욱 강경한 분위기여서, 정책 실무자들이 ‘대북 협상’ 얘기를 꺼낼 운신의 폭도 좁아질 수밖에 없어 보인다. 북한 문제가 트럼프 대통령의 주요 관심사로 떠오른 만큼, 대북 정책 수립 속도도 빨라질 수 있다. 다만, 이날 마이클 플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사임하면서 외교 참모 인선이 더욱 늦춰질 수 있는 점은 정책 수립 속도를 제한할 변수로 꼽힌다.
결국 트럼프 행정부는 대북 정책이 윤곽을 드러낼 때까지 당분간 오바마 행정부의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 논평을 보면, 3가지 대응책으로 중국을 염두에 둔 국제사회와의 공조, ‘동맹의 포괄적 역량 발전’, 그리고 북한에 “국제사회의 의무와 약속을 이행하고 진지한 대화로 복귀” 촉구 등을 제시하고 있다.
기자회견장에서 보여준 트럼프 대통령의 다소 감정섞인 발언을 볼 때, 국무부가 내놓은 대응책은 예상보다 상당히 절제된 내용이다. 하지만 미사일방어 체계 등과 관련해 한국에 대한 미국의 공조 요구는 더욱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 또 ‘트럼프 행정부 6대 정책 기조’에서 이미 제시한대로 군사력 증강을 의미하는 ‘위대한 미군 건설’을 통한 강력한 억지력을 과시하는 장기적인 전략 틀에 북한을 그 대상으로 포함시킬 수 있다.
워싱턴 베이징/이용인 김외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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