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미국·중남미

“트럼프 보도, 물러터졌다” 월스트리트 저널 기자들 폭발

등록 2017-02-14 15:39수정 2017-02-14 21:35

트럼프 보도 불만 기자들과 편집국장 미팅
편집국장 “다른 신문들이 객관성 잃었다” 주장
기자들은 사주인 루퍼트 머독의 영향 의심
“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공격적으로 보도를 못합니까?”(기자들)

“행정부에 더 비판적인 입장을 갖고 있는 곳에서 일하고 싶다면 나가라.”(편집국장)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보도를 놓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내홍을 겪고 있다. 일부 기자들은 트럼프에 대한 보도가 지나치게 무뎌졌다고 지적하며 그 배후에 사주 루퍼트 머독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신문을 소유한 ‘뉴스 코퍼레이션’을 언론재벌 머독이 갖고 있고, 머독과 트럼프는 친밀한 사이다.

13일 <월스트리트 저널>의 제라드 베이커 편집국장이 최근 편집방향에 불만을 품은 기자들과 1시간30분 동안 타운홀 미팅 방식으로 만나, 치열한 논쟁을 벌였다고 <뉴욕 타임스>가 참가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베이커 국장은 “우리가 트럼프에 대해 물러터졌다는 (회사 내부) 글을 보고 짜증이 났다”며 “오히려 (트럼프에 공격적인) 다른 신문들이 객관성을 잃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기자들의 불만은 2주일 전 베이커 국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난민 행정명령’에 관해 기사를 쓸 때 “무슬림이 다수인 7개 국가”라는 표현을 피하라고 에디터들에게 메모를 보내면서 고조됐다. 7개 국가는 ‘무슬림이 다수’여서 선정된 게 아니라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우려국 명단에 올랐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다만 베이커 국장은 이후 “‘무슬림 다수 국가’ 표현을 금지하는 건 아니다”라는 메모를 추가로 보내긴 했다.

하지만 수개월간 누적된 기자들의 불만은 이를 계기로 터져나왔다. 지난해 11월 트럼프가 트위터에 “수백만명”이 불법적으로 투표했다고 주장했을 때, 이 신문은 트럼프의 말이 부정확하다는 지적도 없이 그의 말을 그대로 1면 머리기사 제목으로 뽑았다고 <뉴욕 타임스>는 전했다. 또 지난주 <월스트리트 저널>에서 22년간 재직했고, 차기 편집국장 후보로 꼽혀온 리베카 블루먼스틴 편집부국장이 <뉴욕 타임스>로 이직해 기자들의 사기는 더욱 땅에 떨어졌다. 많은 기자가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우려를 공유했다. 한 기자는 “우린 진실을 캐고 공격적으로 새 행정부에 관해 보도할 수 있어야 한다”고 썼다.

베이커 국장은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언론은 정치에 개입하지 않아야 한다’는 주장만 반복했다. 그는 “새 행정부가 언론과 전쟁을 치르고 싶어하는데 <월스트리트 저널>이 당사자가 되면 안 된다”며 “신문이 (행정부와) 대결적으로 보도를 하면 불신만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루퍼트 머독(왼쪽)과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 AP AFP 연합뉴스
루퍼트 머독(왼쪽)과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 AP AFP 연합뉴스
<뉴욕 타임스>의 미디어 칼럼니스트인 짐 루텐버그는 14일 ‘트럼프-머독 커넥션의 위협’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머독의 친밀한 사이가 저널리즘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나”라고 되물었다. 트럼프의 맏딸 이방카는 지난해 12월까지 10대인 머독의 두 딸의 3억달러(3400억원)에 이르는 재산을 관리해주는 5인 신탁위원회의 일원이었다. 머독은 이방카가 남편 재러드 쿠슈너와 연애하다 잠깐 헤어졌을 때 자신의 요트로 불러 다시 맺어주기도 했다.

황상철 기자 rosebud@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1.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2.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3.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4.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5.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