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부부와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부부가 10일(현지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에 있는 트럼프 소유의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만찬을 하기 위해 자리에 앉아 얘기를 나누고 있다. 팜비치/AFP 연합뉴스
“아베 총리. 이 유명한 백악관에 방문해 주신 것을 환영합니다. 외국 정상의 백악관 방문으로는 가장 빨리 이뤄진 것 가운데 하나입니다.”(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편안한 분위기에서 충분한 시간을 들여 양국의 미래, 지역의 미래, 세계의 미래를 위해 뭘 해야 하는지를 얘기했으면 합니다.”(아베 신조 총리)
10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신조 총리의 미-일 정상회담과 그 뒤 두 정상의 행보는 일반적인 정상회담에선 보기 힘든 파격의 연속이었다. 일본 언론들은 “이번 회담에서 가장 눈에 띈 것은 아베 총리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친밀한 태도”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보인 파격적인 ‘아베 환대’를 앞다퉈 보도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10일 오후 리무진을 타고 백악관을 방문한 아베 총리를 포옹하며 무려 19초 동안이나 악수를 나눴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이 모습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결벽증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악수를 하는 것 자체가 드문 일”이라는 설명을 달았다.
두 정상 사이의 ‘밀월’은 정상회담 직후 이뤄진 기자회견까지 이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베 총리를 환영하며 “매우 중요한 (미-일 간의) 동맹관계를 한층 더 강화해 갈 것”이라 말했고, 아베 총리도 자신의 영문 이름인 ‘Abe’를 미국인들이 ‘에이브’라고 읽을 때가 있지만 “위대한 대통령이었던 에이브러햄 링컨의 이름이기 때문에 나쁜 생각이 들지 않는다”며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파격 행보는 이후에도 계속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별장이 있는 플로리다주 팜비치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미 대통령 전용기인 ‘에어포스 원’에 아베 총리의 좌석을 마련했고, 비행기를 타러 가기 위해 탑승한 미 대통령 전용 헬기인 ‘마린 원’ 안에선 함께 사진을 찍고 이를 트위터에 올렸다. 트럼트 대통령은 별장인 마라라고에 도착한 뒤에는 아베 총리 부부를 향해 “아주 멋진 부부”라는 메시지도 남겼다.
그러나 일본 한켠에선 아베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과 ‘밀월’을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꼭 해야할 말도 제대로 못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10일 기자회견에서 아베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반 이민·난민 행정명령’에 대한 질문에 “내정 문제이기 때문에 코멘트를 삼가겠다”고 피해갔다. <아사히신문>은 “곤경에 처한 트럼프 대통령에게 아무런 이견도 내지 않고 상찬해 주는 외국 정상은 매우 희소한 존재”라고 비꼬았다. 아베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의 집무실 커튼 색깔에 맞춰 황금색 넥타이를 착용한 것에 대해서도 “민망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중국 매체들은 아베 총리의 이번 방문을 ‘조공 여행’(신화통신), ‘미국에 무릎꿇기’(환구시보) 등으로 평가하며 “성과도 대단할 것이 없다”고 깎아 내렸다. 관영 <신화통신>은 11일 “아베는 경제적 양보를 통해 트럼프와 이야기를 잘 해보려 했지만, 돌아온 건 일관된 안보 분야의 대답뿐이었다”며 “한 차례 ‘친밀’을 과시하는 쇼를 했지만 일부 쟁점은 진정한 해결을 못 본 채 모순과 마찰 가능성을 남겼다”고 혹평했다.
도쿄 베이징/길윤형 김외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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