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10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정상회담 전 악수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10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첫 정상회담을 통해 안보와 경제를 ‘맞교환’했다. 미국 대선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동맹 흔들기’에 불안해하던 일본은 미국으로부터 ‘확고한 안보공약’을 받아냈고, 미국 쪽은 일본과의 1대 1 ‘공정무역’ 틀을 만들어 향후 무역·통상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확보했다.
미국과 일본은 이날 정상회담 뒤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확고부동한 미-일 동맹은 아태지역의 평화, 번영, 자유를 위한 ‘코너스톤’(cornerstone)”이라면서 “핵과 재래식 무기 등 모든 군사력을 동원해 일본을 방어할 것이라는 미국의 방위공약에는 흔들림이 없다”고 밝혔다. 성명은 이어 “미국은 아태 지역에서의 존쟁감을 강화하고, 일본은 미-일 동맹에서 더 큰 역할과 책임을을 맡게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특히, 중-일 사이에 영토 분쟁이 진행중인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와 관련해 성명은 “두 정상은 센카쿠열도가 미-일 상호 안보조약 5조의 대상에 해당된다”며 미국의 방위 공약을 재확인했다.
성명은 이어 “이들 섬에 대한 일본의 행정권을 침해하는 어떤 일방적인 행동도 반대한다. 양국은 동중국해(센카쿠)의 평화와 안정을 보호하기 위해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이 지난 3일 도쿄에서 아베 총리를 만나 센카쿠 열도가 미-일 안보조약 5조에 따른 ‘방위 대상’임을 밝힌 뒤 이를 정상 차원에서 재확인한 것이다.
앞서,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2014년 4월 일본을 방문해 “센카쿠열도를 포함한 일본의 사정권이 미치는 영토는 미-일 안보조약 5조의 적용 대상”임을 분명히 밝혔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과 한국 등과의 동맹관계를 재고할 수도 있다는 식의 발언을 여러차례 내놓아 일본을 불안하게 했다.
성명은 남중국해와 관련해 “위협과 강압, 힘을 통해 해양 영유권을 주장하려는 시도에 반대한다”며 중국의 인공섬 건설과 군사기지화 시도를 비판했다. 성명은 이어 중국뿐 아니라 “모든 당사국에 군사기지화를 포함해 긴장을 고조시키는 어떤 행위도 피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는 오바마 행정부 때의 미국 입장과 거의 동일한 것으로, 남중국해 분쟁과 관련해 트럼프 행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거나 군사적 대중 압박을 할지에 대해서는 이 부분만으로 아직 예측하기 어려워 보인다.
북핵 문제 등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핵과 미사일위협은 우선순위가 매우 매우 높다”고 강조했다. 또한 공동성명에서는 “미-일 양국은 북한에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을 포기하고 어떤 추가적인 도발적 행동을 하지 말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며 “미-일 동맹은 일본의 안보를 충분히 보장한다”고 밝혔다. 이는 북한의 미사일 등에 대한 억지능력을 일본에 제공하겠다는 뜻이다.
성명은 “양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의 철저한 이행을 약속하고, 북핵 위협 등에 대처하기 위한 한·미·일 3국 협력이 중요하다”고 확인했다. 이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에서도 한국 정부를 향한 한·미·일 3국간 군사협력 강화 요구가 거셀 것으로 예상된다. 두 정상은 이밖에 2015년 4월 양국이 합의한 새 미-일 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의 지속 이행 및 확대, 오키나와 후텐마 비행장 이전 대체시설 건설, 테러리즘 협력강화 등도 약속했다.
안보 분야에서 주로 일본 쪽 요구가 수용됐다면, 경제 분야에선 미국 쪽의 ‘공정무역’ 요구가 대체로 받아들여진 것으로 보인다.
양쪽은 공동성명에서 “두 정상은 자유롭고 공정한 무역에 기초해 미-일과 역내 경제관계를 강화한다는 입장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양쪽은 또한 “미국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티피피·TPP)에서 탈회한 점에 주목하고 공유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을 연구하기로 약속했다”며 “여기에는 양자 틀에 기초한 미-일 간의 논의도 포함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3일(현지시각) 티피피 탈퇴를 선언하면서 ‘미국민의 이익에 기여하는 공정한 무역’을 기본 원칙으로 제시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접근법으로 ‘일대일’ 협상, 즉 양자 협정을 진행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양자 협상 틀은 힘과 협상 수단의 우위를 점하고 있는 미국이 자신의 이익을 관철하기 쉬운 구도다. 미국의 이같은 입장이 공동성명에 고스란히 반영됐다고 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도 “양국 경제 모두에 혜택을 주는, 자유롭고 공정하며 상호적인 무역관계를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혀, 대일 무역 적자 개선을 위한 통상 압박을 강화할 뜻을 시사했다. 아베 총리는 양자 무역체제 구축을 위한 대화 채널을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 일본의 아소 다로 부총리가 이끌게 된다고 소개했다.
2016년 11월 17일 뉴욕 맨하탄 트럼프 타워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 대통령 후보를 만났을 때의 모습. 사진 연합뉴스.
중국 문제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시진핑 중국 주석과의 전화통화를 소개하면서 “어제 밤 아주아주 좋은 얘기를 했고, 많은 주제를 논의했다. 우리는 서로 매우 잘 지내기 위한 과정에 있다. 이것(미-중관계 개선)은 일본에 매우 혜택이 될 것”이라고 만족해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과 전화통화에서 ‘하나의 중국’ 정책을 존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환율 저평가와 관련해 공평한 운동장(경쟁의 장)에 있게 될 것이다. 많은 사람이 이해하거나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빨리 그렇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중국과의 불균형한 무역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환율 등과 관련해 조만간 조처를 내놓을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안보 문제와 관련해선 중국과의 갈등 고조를 최대한 피하되, 무역·통상 분야에서 중국과 치열한 협상을 할 것임을 예고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yy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