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이민 행정명령’의 운명을 가를 샌프란시스코 연방항소법원의 판사 3인. 왼쪽부터 리처드 클리프턴, 윌리엄 캔비, 미셸 프리들랜드 판사. AFP/연합뉴스
“지방법원 결정은 위험 수준에 대한 대통령의 국가안보에 관한 판단을 무시한 것이다.”(트럼프 정부 쪽 변호사)
“대통령의 결정은 (법원에서) 재검토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것인가?”(항소법원 판사)
판사의 기습 질문에 도널드 트럼프 정부를 대리한 오거스트 플렌처 변호사는 잠시 입을 닫았다. 하지만 머뭇거리며 “예”라고 답했다.
“이들 나라들(행정명령으로 입국금지된 이슬람권 7개국)이 테러와 연루돼 있다는 증거가 있는가?”(판사)
“법적 절차가 빨리 진행된 탓에 증거들을 포함시키지 못했다. 최선을 다했다.”(변호사)
“나중에 증거를 내겠다는건데, 그럼 왜 우리가 지금 변론을 들어야 하나?”(판사)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 행정명령’ 관련 항고심의 전화 구두변론이 열린 7일 제9 연방항소법원 판사들은 정부 쪽 대리인과 워싱턴주 대리인에게 날선 질문들을 던졌다. <뉴욕 타임스>와 <에이피>(AP) 통신 등 미국 언론들은 “판사들이 트럼프 정부 쪽 주장에 의구심을 드러냈다”며, 판사들이 정부 쪽을 압박했다고 전했다. 항고심은 워싱턴주 시애틀 연방지방법원의 제임스 로바트 판사가 지난 3일 이슬람권 7개국 국적자의 미국 입국을 한시적으로 금지한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 집행을 중지하라고 결정한 데 대해 연방정부 쪽이 불복해 열린 것이다.
이날 연방정부 쪽을 대리한 플렌처 변호사는 국가안보에 대한 행정명령은 대통령 권한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행정명령이 무슬림을 차별하는 게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에 맞서 워싱턴주와 미네소타주를 대리한 노아 퍼셀 워싱턴주 송무차관은 행정명령 서류에 무슬림에 대한 언급이 없지만 이면에 있는 ‘동기’를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판사가 “대다수 무슬림들을 입국금지 대상으로 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이를 두고 무슬림 차별 의도가 있었다고 할 수 있느냐”고 묻는 등 주정부 쪽에도 압박 질문을 던졌다.
1시간 가까이 진행된 이날 구두변론이 끝난 뒤, 연방항소법원은 “이번 주 안에” 판결이 나올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 사건은 결국 연방대법원으로 갈 확률이 높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행정명령은 상식”이라며 “사법체계를 통해 그것을 처리할 것이다”라고 말해, 연방대법원까지 사건을 가지고 가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존 켈리 미국 국토안보부 장관은 7일 하원 국토안보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 행정명령’의 시행 시기를 약간 늦췄어야 했다”며 사회적 갈등과 논란 등 모든 게 자신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사진은 켈리 장관이 이날 의회 청문회에 참석한 모습. 워싱턴/AP 연합뉴스
한편, 존 켈리 국토안보부 장관은 이날 하원 국토안보위원회 청문회에 나와 “행정명령의 시행을 약간 늦췄어야 했다. 그래야 내가 의원들과 미리 얘기도 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모든 게 내 책임”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켈리 장관은 행정명령은 합헌적이며 법정에서 이길 것이라고 자신했다.
황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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