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애틀 연방지방법원의 제임스 로바트 판사는 3일(현지시간) 이슬람권 7개국 국적자의 미국 입국과 비자 발급을 한시적으로 금지한 대통령 행정명령의 효력을 미국 전역에서 잠정중단하라고 처음으로 결정했다. 이로써 미국을 넘어 전 세계에 거센 반발과 후폭풍을 몰고 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반(反)이민‘ 행정명령이 잠시 멈춰 서게 됐다. 사진은 연방지법 결정 후 밥 퍼거슨 워싱턴주 법무장관이 기자회견을 갖고 "법원의 결정을 존중하는 것이 대통령의 의무"라고 밝히는 모습. 연합뉴스
미국과 전 세계에 혼란과 분노를 불러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 이민·난민 행정명령’이 미 연방법원에 의해 급제동이 걸렸다. 수세에 몰린 백악관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어, 트럼프의 행정명령을 둘러싼 논란이 ‘제 2라운드’에 들어섰다.
워싱턴주의 제임스 로바트 시애틀 연방지법 판사는 3일(현지시각) 이슬람권 7개국 국적자와 모든 난민의 일시적 미국 입국을 금지한 트럼트 대통령 행정명령 효력을 미국 전역에서 잠정 중단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이번 결정이 미치는 범위를 처음으로 ‘미국 전역’으로 명시하고 있어, 사실상 트럼프의 행정명령 시행을 일시적으로 중지시킨 것이나 마찬가지다.
로바트 판사는 이날 “법원 업무의 근본은 사법부가 연방 정부의 동등한 3부 권력 가운데 하나라는 늘 경계하는 인식”이라며, 사업부의 행정부에 대한 견제를 이번 결정의 이유로 들었다. 로바트 판사는 이어 “지금까지 벌어진 상황이 너무 중대해 3부 권력의 하나로 헌법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법원이 개입해야 한다고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로바트 판사는 보수적인 조지 부시 전 대통령 재임 시절 연방법원 판사로 임명됐다.
이번 결정은 워싱턴주가 지난달 30일 주 당국으로서는 처음으로 연방법원에 반이민 행정명령에 대한 집행정지 가처분을 신청한 지 나흘 만에 나온 결과다. 워싱턴주는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 행정명령이 ‘언론·출판·종교·결사의 자유’를 규정한 수정헌법 1조에 위배되며, 워싱턴의 경제와 이미지에 타격을 주고 있다는 점을 들어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그간 뉴욕 브루클린 연방지법과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연방지법 등이 반이민 행정명령 이행 금지 긴급명령을 내렸으며, 매사추세츠, 워싱턴, 뉴욕, 미시간 등 일부 주 단위로도 행정명령 효력을 한시적으로 중지시켰지만, 미국 전역에서 행정명령을 중단하라는 결정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 시애틀 연방지방법원이 3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 행정명령의 효력을 미국 전역에서 잠정중단하라고 결정하자 백악관은 숀 스파이서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통해 "대통령 행정명령의 의도는 미국을 지키려는 것"이라며 "법무부가 법원 명령의 효력 정지를 긴급 요청해 합법적이고 적절한 대통령 행정명령을 방어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은 이날 스파이서 대변인이 백악관에서 브리핑하는 모습. 연합뉴스
이번 소송을 주도한 밥 퍼거슨 워싱턴주 법무장관은 “이 (법원) 결정을 존중하는 것이 대통령의 의무”라며 “그 누구도 법 위에 있을 수는 없으며 대통령이라 해도 마찬가지”라고 환영했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이번 법원의 결정은 헌법의 승리이자 미국적이지 않은 행정명령이 우리를 안전하게 만들지 않으리라고 믿는 우리 모두의 승리”라고 말했다.
이번 법원 결정은 즉시 효력이 발생한다. 이에 따라 미국 세관국경보호청은 미국 미자를 갖고 있는 난민의 미국행 비행기 탑승을 허용하라고 각 항공사들에 통보했다. 세관국경보호청은 이전에 취소했던 비자 발급도 원상회복시키고 있다.
하지만, 백악관은 이번 결정을 격렬하게 반발했다. 숀 스파이서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가능한 한 이른 시일에 법무부가 법원 명령의 효력 정지를 긴급 요청해 (행정명령을) 방어할 것”이라며 “행정명령은 합법적이고 적절하다”고 주장했다. 스파이서 대변인은 이어 “이번 대통령 행정명령의 의도는 미국을 지키려는 것”이라며 “대통령은 미국인을 보호할 헌법상 권한과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시엔엔>(CNN) 방송은 애초 백악관 성명에 “터무니없다”는 결정이란 말이 들어있었으나, 잠시 뒤 나온 두번째 성명에선 이 단어가 빠졌다고 전했다.
이번 연방 법원의 결정은 일시적인데다 트럼프 행정부가 항소할 가능성이 확실해, 결국 법정 공방을 통해 최종 결론이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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