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난데스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탄핵 펼침막 사진.
새해 첫날 미국 영화산업의 메카인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Hollywood)의 대형 입간판을 ‘할리위드’(Hollyweed)로 바꿔놓는 장난으로 주목받았던 예술가가 이번에는 샌프란시스코의 상징인 금문교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한 깜짝 쇼를 펼쳤다. 위드(weed)는 잡초, 대마초란 뜻으로, 캘리포니아주의 기호용 대마초 합법화를 기념한 퍼포먼스였다.
바로 그 지역 예술가 재커리 콜 페르난데스(31)가 주말인 지난 21일(현지시각)에는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 상판 난간에 큰 글씨로 ‘탄핵하다(IMPEACH)’라고 쓴 대형 펼침막을 내걸었다고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등 현지언론들이 24일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기업인 시절 텔레비전 쇼프로그램에서 퍼뜨린 유행어인 “당신은 해고야(YOU‘RE FIRED)!”라는 말도 작은 글씨로 함께 적혔다. 세로 12미터 길이의 ‘탄핵’ 펼침막을 내건 날은 미국 주요 도시들을 비롯해 세계 전역 600여 곳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반대하는 ‘여성 행진’ 시위가 벌어진 날이었다. 페르난데스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이 시위에 ‘연대’의 뜻을 보태는 펼침막을 내걸기로 동료 예술가 조이 콜롬보와 의기투합했다.
페르난데스는 인터뷰에서 “메시지는 매우 분명하다. 트럼프의 대통령직에 관한 감정과 대화를 촉발하고 탄핵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자는 취지에서 이번 일을 꾸몄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아주 많은 사람이 그것(트럼프 대통령 탄핵)을 가능하다고 생각하는지는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멀리서도 잘 볼 수 있도록 큼지막한 글씨를 쓴 펼침막을 갖고 등산 장비로 몸을 칭칭 묶은 뒤 금문교를 올랐다. 이어 철제빔에 펼침막을 고정시키고 몸을 난간 밖으로 내밀어 걸개 글씨를 아래 쪽으로 펼쳤다. 아찔했던 그 순간을 “아드레날린이 솟구쳤다”고 페르난데스는 표현했다.
연예인 가십 뉴스 매체인 <티엠지>(TMZ)는 “페르난데스가 ‘할리위드’ 장난 사건 뒤 경찰에 자수해 경범죄로 재판을 앞두고 있으며, 이번 금문교 펼침막 쇼로 또다른 경범죄 처벌에 직면했다”고 보도했다.
조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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