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3년 모스크바에서 성매매를 한 장면이 담긴 낯뜨거운 동영상을 러시아가 가지고 있고, 트럼프와 러시아 지도부 사이에 은밀한 거래가 있다는 내용의 이른바 ‘트럼프 엑스 파일’의 정보 출처는 미국에서 ‘러시아-미국 상공회의소'라는 단체를 이끄는 30대 사업가라는 주장이 나왔다. 더욱이 이 사업가는 트럼프를 2007년부터 알고 지냈고, 트럼프의 부동산을 러시아인들이 사도록 도왔다고 말하고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24일 트럼프 엑스 파일 사건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을 인용해, 영국 해외정보국(MI6) 출신인 크리스토퍼 스틸(52)이 작성한 35쪽짜리 메모는 벨라루스 출신으로 미국 시민권을 가진 세르게이 밀리언(38)이 말한 내용이라고 보도했다.
6개 국어를 구사하는 밀리언은 약 15년 전 미국에 왔으며,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한 로펌에서 러시아 외무부와 벨라루스의 무기중개상 등을 위한 통역과 번역 업무 등을 했다. 밀리언은 2006년 뉴욕에서 ‘러시아-미국 상공회의소’를 설립한 뒤 회장을 맡아 미국을 방문하는 러시아 관리 및 기업인들과 미국 쪽 인사들의 면담을 주선했다.
그는 지난해 러시아 언론에 트럼프를 2007년 ‘모스크바 백만장자 박람회’에서 처음 만났다고 말했다. 그 뒤 트럼프가 자신을 플로리다로 초청해 만났으며, 이후 트럼프의 뉴욕 사무실에서 트럼프의 법률고문인 마이클 코언까지 소개받았다고 했다. 또 그는 2009년에는 ‘트럼프 기업’과 러시아 고객들을 위한 부동산 서비스 계약을 맺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트럼프 엑스 파일의 작성자인 스틸은 관련 정보를 밀리언으로부터 직접 들은 것이 아니고, 적어도 한명의 제3자를 통해서 전달받았다고 했다. 때문에 밀리언은 제3자와의 대화가 ‘정보 제공’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을 수 있다고 했다. 트럼프 엑스 파일에는 정보 제공자가 ‘소스 D’, '소스 E’라고 쓰여 있으며 “믿을 만한 협력자에게 은밀하게 말해주는 사람”이라고 돼 있다. 제3자를 활용한 정보 수집은 첩보의 세계에서는 아주 흔하다. 신문은 스틸이 작성한 메모에서 밀리언의 주장들은 ‘다른 소스’들에 의해서 보강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트럼프 법률고문인 코언은 밀리언이 트럼프와 알고 지냈고 트럼프 기업과 계약을 맺었다는 주장에 대해 “한푼의 진실도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밀리언이 트럼프를 한번 만났는데, 그것은 ‘생색내기용 인증사진 찍기’였다고 주장했다. 또 코언은 트럼프가 2007년에 ‘모스크바 백만장자 박람회’에 가지 않았으며, 자신도 밀리언을 개인적으로 만난 적이 없고, 다만, 몇차례 전자우편을 주고 받았다고 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밀리언한테 많은 질문을 보냈으나 밀리언이 ‘트럼프 엑스 파일’에 담긴 정보에 대해 “가짜 뉴스”(fake news)라고 주장하며 “대통령의 주의를 딴 데로 돌리게 하려는 시도”라고만 답했을 뿐, 다른 질문들에 대해서는 답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밀리언은 지난 20일 대통령 취임식 때도 트럼프가 참석한 여러 취임행사에 자신이 참석한 사진을 온라인에 게시하기도 했다. 밀리언과 함께 트럼프의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했다는 그의 친구는 “비밀조항이 있다. 그(밀리언)는 말을 할 수 없다. 그러면 바로 트럼프의 변호사들로부터 소송을 당할 것이다”고 말했다.
황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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