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현지시각) 미국 백악관 집무실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정부 공무원의 고용과 임금을 동결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 하루에만 3건의 행정명령에 서명하는 등 취임 뒤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무원 조직, 낙태 관련 행정명령에서 보수적 가치를 앞세우고, 재계 지도자들과 만난 자리에선 대대적인 규제 철폐와 법인세 감세 의견을 피력하는 등 본격적인 보수정권의 탄생을 알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티피피) 탈퇴 행정명령에 더해, 정부 공무원의 고용·임금 동결, 낙태 관련 단체 정부 지원 금지를 뼈대로 한 3건의 행정명령에 연이어 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취임식 당일인 20일에도 행정명령을 통해 ‘오바마케어’(건강보험개혁법) 손질과 환경 관련 규제 동결 의사를 밝힌 바 있어, 버락 오바마 정부 때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는데 팔을 걷어부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군이나 안보 인력을 제외한 공무원 고용·임금 동결 조처는 기득권 관료조직을 허물겠다는 트럼프의 의지를 보여준다. 트럼프는 지난해 10월 게티즈버그 연설에서 공무원을 비롯한 관료조직을 ‘워싱턴’이라 칭하며, “연방공무원 자연감소를 위해 모든 연방공무원 고용을 동결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트럼프는 또 이날 행정명령 서명에 앞서 록히드마틴, 다우케미컬 등 기업 대표들과 오찬을 하고 강경한 보호무역주의 입장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트럼프는 이 자리에서 “외국에서 만들어오는 제품에 막대한 국경세를 부과하겠다”고 엄포를 놓으면서도, 미국에 공장을 지을 경우 법인세를 줄이고, 현재 시행되고 있는 기업 관련 규제의 75% 이상을 철폐해줄 수 있다고 하는 등 기업을 상대로 ‘채찍’과 ‘당근’을 한꺼번에 제시했다. 트럼프는 24일에도 미국 ‘빅3’ 자동차기업인 제너럴모터스(GM), 포드, 피아트크라이슬러 최고경영자(CEO)와 조찬을 하며 일자리 문제 등에 대해 논의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또 지난 대선 당시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던 불법 이민자 문제에도 강경 대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다카’(DACA·불법체류 청소년 추방유예 프로그램) 관련 기자들의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범죄 전력이 있거나, 비자가 만료된 불법 이민자들에 우선적으로 대처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변인은 이어 “멕시코 장벽 건설에 대해서도 이미 의회와 협의를 시작했다”고 말해,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공언했던 공약들을 차근차근 이행해 나가고 있음을 전했다.
황금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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