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식을 하루 앞둔 19일(현지시각) 하객들이 대거 투숙한 미국 워싱턴의 ‘트럼프 인터내셔널 호텔’ 앞에서 경찰들이 경비를 서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미국 워싱턴 한복판에 있는 초호화 ‘트럼프 호텔’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첫날부터 공직자 윤리 문제와 관련한 연방정부법 위반 논란에 휩싸였다.
백악관과 연방의회를 잇는 펜실베이니아 거리에 있는 ‘트럼프 인터내셔널 호텔’이 20일(현지시각) 트럼프 대통령 본인과 연방정부에 ‘윤리적 지뢰밭’(<뉴욕 타임스>), ‘잠재적 말썽’(<워싱턴 포스트>)으로 떠올랐다고 미 언론들이 보도했다. 현직 대통령 소유인 영리 사업체가 대통령 공식 행사로 인해 엄청난 수익을 올리게 됐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 호텔은 미 연방조달청이 소유한 ‘옛 우체국’(Old Post Office) 건물을 통째로 임대해 쓰고 있다. 미 연방정부법은 연방 선출직 관리들이 연방정부가 소유한 이 건물을 임대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1899년 건립된 이 석조 건물은 높은 시계탑을 갖춘 웅장하고 고풍스러운 건축 양식으로 워싱턴 명소 중 한 곳이다. 트럼프는 부동산 사업을 하던 시절인 2013년에 트럼프재단을 통해 이 건물을 연방조달청으로부터 60년간 장기 임대해 최고급 호텔로 개축한 뒤, 대통령 선거 중이던 지난해 9월 개관해 영업을 시작했다.
미국 워싱턴 도심에 있는 연방조달청 소유의 옛 우체국(Old Post Office) 건물 전경. 현재 트럼프재단이 장기 임대해 고급 호텔로 쓰고 있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이 호텔은 263개 객실에 하룻밤 최저 숙박료가 735달러(약 86만원)에 이른다. 특히 최근 대통령 취임식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 소유’라는 상징성과 취임식 뒤 대통령 퍼레이드 행렬이 바로 이 호텔 앞을 지나가는 최적의 위치 등으로 인해 손님들이 몰려 숙박료가 비상식적으로 치솟았다. 이 호텔의 최고급 스위트룸은 취임식 시즌 하루 숙박료가 50만달러(약 5억9000만원)에 이르렀다고 한다.
그럼에도 19일 이 호텔에는 트럼프 정부의 주요 각료들과 의회 지도자, 기업인들이 대거 투숙했다. 트럼프는 취임 전날인 이날 호텔 대형 연회실인 ‘프레지덴셜 볼룸’에 모인 하객들에게 “아주 멋진 방이다. 이곳은 ‘완전 천재’가 지은 게 틀림없다”며 흡족해했다. 트럼프는 20일 오전 이 호텔에서 조식기도회를 열고 취임식장으로 떠난다.
조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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