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11일 뉴욕 트럼프 타워에서 당선 뒤 첫 기자회견에서 손가락 몸짓을 하고 있다. UPI/뉴욕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취임을 불과 아흐레 앞둔 11일 오전(현지시각), 당선 뒤 첫 기자회견을 열어 온갖 의혹들에 대한 반박을 폭포수처럼 쏟아냈다. 그의 주장 내지 해명은 어디까지 진실일까? 사실과 다른 것도 있을까?
<워싱턴 포스트>와 <뉴욕 타임스> 등 현지 언론들은 트럼프의 기자 회견 직후 발빠르게 주요 쟁점들에 대한 ‘팩트 체크(사실 확인)’를 온라인판에 보도했다. 특히 <워싱턴 포스트>는 트럼프가 이번 기자회견에서도 이미 수차례 거짓이 폭로됐거나 믿을 수 없는 주장들을 되풀이했다고 지적했다. 미국 매체들이 검증한 ‘팩트 체크’의 일부를 간추려 본다.
-“내게 기자회견은 매우 친숙한 영역이다. 우린 (대선 기간 중) 거의 매일 기자회견을 했다.”
=과장! 트럼프는 당내 예비선거에서 자신에게 익숙한 티브이(TV) 대담쇼에 꾸준히 출연했지만 공식 기자회견은 예비선거 이후에 있었다.
-“어제(10일) 미국 대기업 피아트 크라이슬러가 외국이 아닌 국내에 공장을 짓겠다고 밝혔으며, 포드도 10억달러 규모의 멕시코 공장 신설 계획을 중단하고 미시간주 공장을 증설할 계획이다.”
=거짓! 피아트 크라이슬러쪽은 이미 1년여 전부터 공장 신설계획을 가동 중이었으며, 트럼프(의 압박)와는 아무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민주당전국위원회가 러시아의 해킹에 완전 무방비였으며, 공화당은 뚫리지 않았다”
=피해자 공격! 민주당의 해킹 피해가 이례적인 것은 아니며, 많은 정부기관들이 종종 해킹을 당했다. 공화당전국위원회의 옛 도메인도 해킹 표적이 됐으며, 러시아는 이번 대선에서 공화당보다 민주당을 더 집중 공격했다.
-버락 오바마 정부가 부적절한 시기에 (중동에서) 손을 떼면서 (결과적으로) 이슬람국가(ISIS)를 만들었다.”
=지나친 단순화! 이슬람국가의 테러 그룹은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으로 싹텄다가 2008년 미국의 대공세로 수그러들었으며, 2011년 시리아 내전으로 되살아났다.
-러시아와 (사업상) 거리를 두고 있었으며, 부적절한 거래나 빚진 게 없다.”
=사실 오도! 트럼프는 고급호텔 사업(1987년), 콘도미니엄(1996년), 트럼프 타워(2005년) 건설 등을 위해 모스크바를 방문하는 등 러시아 사업을 꾸준히 모색했으나 모두 실패했다.
-오바마 정부의 ‘건강보험법(오바마 케어)는 파탄 났으므로 의회가 폐지해야 한다.”
=사실 왜곡! 개인건강보험시장이 흔들리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기존에 의료보장 사각지대에 있던 수백만명의 미국인이 혜택을 받게 됐다. 의회 공화당 의원들도 대체입법에는 동의하지 않는 기류다.
-“세금환급 내역 공개 거부를 기자들만 따질 뿐 대다수 미국인은 관심도 없다.”
=거짓! 최근 퓨리서치센터 여론조사를 보면 응답자의 60%가 ‘공개할 책임’이 있다고 답했으며, 조세 전문가들은 세금 환급 내역이 특정인의 소득원과 규모, 기부 행위, 탈세 여부 등을 파악하는 핵심이라고 본다.
-무역수지 불균형 탓에 중국·일본·멕시코 등과의 교역에서 매년 수십억달러 적자다.”
=곡해! 무역수지 적자는 한 나라 국민이 외국산 수입품 구매가 자국의 수출품보다 더 많다는 뜻이며, 이는 수입품의 품질과 가격 경쟁력 때문이다. 트럼프의 주장은 이에 대한 근본적 이해 부족이다. 교역전쟁과 관세 인상으로 수입품의 가격은 오르고 구매는 줄겠지만 그게 미국의 금전적 이득을 뜻하는 건 아니다.
-“나는 신이 창조한 가장 위대한 ‘일자리 창출 대통령’이 될 것이다.”
=실현 가능성 희박! 백악관이 일자리 창출 분위기를 만들 순 있지만, 실제 고용은 경기 순환, 인구 구조, 국제 횐경 등 경제적 요인들에 달려 있다. 트럼프가 1990년대 빌 클린턴 정부 시절만큼만 고용 창출을 하려 해도 연간 경제성장률이 3~4%로 받쳐줘야 하지만, 대다수 이코노미스트들은 이런 전망을 가당치 않은 것으로 본다. 조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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