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미국·중남미

오바마 고별연설 “우리의 자랑스런 타이틀은, 시민”

등록 2017-01-11 17:49수정 2017-01-11 22:26

‘정치고향’ 시카고서 민주주의 지키기 위한 ‘행동하고 참여하는 시민’ 강조
“헌법은 양피지 조각에 불과…국민들의 참여와 선택으로 힘을 부여하는 것”

아내 미셸 소개할 때는 말 잇지 못하고 손수건 꺼내 눈물 훔치기도
“우리는 할 수 있다(Yes We Can). 우리는 해냈다(Yes we did)”로 마무리
10일(현지시각) 밤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의 매코믹 플레이스에서 열린 고별 연설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발언하고 있다. 시카고/EPA 연합뉴스
10일(현지시각) 밤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의 매코믹 플레이스에서 열린 고별 연설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발언하고 있다. 시카고/EPA 연합뉴스
고별 연설을 하는 그는 북받치는 감정을 애써 누르려는 모습이 역력했다. 눈은 물기에 젖어 있었고, 아내를 소개할 때는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퇴임을 열흘 앞둔 10일(현지시각) 그의 정치적 고향인 시카고의 대형 컨벤션센터 ‘매코믹 플레이스’에서 고별 연설을 했다. 퇴임하는 미국 대통령은 대체로 백악관에서 고별 연설을 했지만, 그는 2008년과 2012년 대통령 당선 때와 마찬가지로 퇴임 연설 장소도 시카고를 택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밤 9시쯤 연설 무대에 등장해 “시카고,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건네자, 컨벤션센터에 모인 1만8천여명의 참석자들은 “사랑해요, 오바마”, “4년 더”를 외치며 8년 임기를 마치고도 ‘레임덕이 없는’ 대통령에게 무한한 애정을 표시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이날 연설 화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를 겨냥한 듯 ‘민주주의 지키기’였다. 그는 ‘행동하는 시민’, ‘참여하는 시민’을 민주주의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는 “밖으로 드러나는 우리의 차이에도, 우리는 똑같은 자랑스런 타이틀을 갖고 있다”며 “바로 시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민주주의는 당연하다고 여길 때 위협받는다”며 “소속 정당이 어떠하든 민주주의 제도를 재건하는 일에 우리 자신을 던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이어 “우리의 헌법은 훌륭하고 아름다운 선물이지만 실제로 그것은 양피지 조각에 불과하다. 그 자체로는 아무 힘이 없다”며 “우리, 즉 국민들이 (민주주의에 대한) 참여와 선택을 통해 힘을 부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인터넷에서 낯선 사람과 논쟁하는 것에 지쳤다면, 실생활에 있는 누군가와 대화하려고 해봐라. 그리고 바로잡아야 할 게 있다면 신발끈을 졸라매고 조직화를 해라”고 조언했다. 그는 이어 “선출직 공직자에게 실망했다면, 당신을 드러내고, 뛰어들어라. 당신이 직접 출마하라. 끈기있게 계속하라”며 정치적 무관심을 경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소득 불평등 개선이 민주주의를 위한 중요한 토대라며, “우리가 이룩한 진보가 충분하지 않았다”며 재임 기간의 부족함도 인정했다. 그는 “첨예한 소득 불평등은 민주주의 원칙을 잠식한다”며 “상위 1%가 엄청난 부와 소득을 보유하고 있고, 너무 많은 가족들이 뒤처져 있다”며 “정부는 가진 자들의 이익에만 봉사한다는 생각이 정치에 대한 더 많은 냉소를 낳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냉혹한 자동화가 중산층의 많은 좋은 일자리를 없앨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으로 미국 안에서 소수자들에 대한 거부감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오바마 대통령은 ‘다양성’이라는 진보적 가치의 소중함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미국인에게 역설했다. 그는 “우리의 생활방식을 보호하기 위해선 군사력 이상의 것을 필요로 한다”며 “그런 이유로 무슬림 미국인에 대한 차별을 거부하는 한편, 민주주의 확산과 인권, 여성의 권리, 성소수자 권리를 위한 지구적 차원의 싸움을 그만둘 수 없었다”고 강조했다. 참석자들은 기립박수로 오바마의 연설에 호응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연설 말미에 아내와 ‘8년 동지’ 조 바이든 부통령을 소개하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특히 아내 미셸을 소개할 때는 10여초 동안 말을 잇지 못하고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훔쳤다. 그는 미셸에 대해 “원하지도 스스로 만든 것도 아닌 역할을 25년간 우아하고 고상하게, 그리고 훌륭한 유머를 갖고서 해줬다”고 말했다. 미셸은 어색함을 감추려는 듯 주위를 둘러보거나 쑥스러운 표정을 짓기도 했다. 바이든 부통령에게는 “내가 처음으로 (러닝메이트로) 지명한 사람”이라며 참석자들의 박수를 유도했다.

그는 50분간의 연설을 마무리하며 “대통령으로, 정말로 마지막 부탁을 하고자 한다. 그것은 8년 전에 했던 부탁과 똑같다. 변화를 이뤄낸 것은 대통령인 나의 능력이 아니라 여러분의 능력이라는 것을 믿어라”며, 다시 한번 시민의 힘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그가 “우리는 할 수 있다(Yes We Can). 우리는 해냈다(Yes We Did). 우리는 할 수 있다(Yes We Can)”라며 연설을 마치자, 참석자들은 기립박수를 치거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연설이 끝난 뒤에도 몇분 동안 무대 위에 남아 손을 흔들었으며, 무대에서 내려와 일반 참석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하거나 포옹을 했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yyi@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1.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2.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3.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4.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5.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