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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한반도 위기 때마다 대화 해법 제시한 ‘평화의 가교’

등록 2017-01-05 16:23수정 2017-01-05 21:16

‘동아시아 전문가’ 셀리그 해리슨 별세

2011년 6월 워싱턴의 한 요양원에서 은퇴 뒤 말년을 보내고 있던 셀리그 해리슨이 <한겨레>에서 주는 감사패를 전달받고 기뻐하고 있다. 권태호 기자 ho@hani.co.kr
2011년 6월 워싱턴의 한 요양원에서 은퇴 뒤 말년을 보내고 있던 셀리그 해리슨이 <한겨레>에서 주는 감사패를 전달받고 기뻐하고 있다. 권태호 기자 ho@hani.co.kr

미국의 저명한 아시아 및 한반도 전문가이자, 학자와 언론인으로 평생을 평화의 가교 노릇에 헌신해온 셀리그 해리슨(사진)이 지난 12월30일 별세했다. 향년 89.

고인의 아들 콜은 4일(현지시각) 지인들에게 보낸 추모글을 통해 “해리슨이 골수이형성증으로 지난달 30일 메인주 캠던에서 숨을 거뒀다”고 밝혔다. 콜은 “해리슨은 남아시아, 아프가니스탄, 일본, 중국, 한국에 대한 미국의 접근법에 도전했으며, 각 나라의 역사와 정치와 정체성을 고려한 교류를 추구했다”며 “해리슨은 또 핵무기 감축과 제거를 옹호했다”고 회고했다.

1950~70년대 아시아 담당 기자
72년 김일성 주석 첫 인터뷰
94년 핵위기 때도 만나 ‘포기’ 설득
싱크탱크 소속 칼럼니스트로 필명

해리슨은 1950년대 <에이피>(AP) 통신 기자로 언론인 생활을 시작해, 60~70년대에는 <워싱턴 포스트>의 인도 뉴델리 및 일본 도쿄 지국장으로 근무했다. 이후 그는 카네기재단, 브루킹스연구소 등 워싱턴 싱크탱크에서 현장 경험과 식견을 겸비한 한반도 전문가로 이름을 날렸다.

해리슨이 한반도 문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워싱턴 포스트’ 도쿄 지국장(1968~72) 시절부터로 전해진다. 그는 한국전쟁 이후 미국인으로는 처음 72년 북한을 방문해 김일성 주석을 인터뷰했다. 이후 그는 북-미 관계가 고비를 맞을 때마다 방북해, 협상의 고리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북핵 문제로 한반도가 전쟁위기에까지 몰렸던 94년 6월에는 지미 카터 전 대통령보다 1주일 앞서 김 주석을 만나, 미국의 지원을 받는 조건으로 핵개발을 포기하도록 3시간 동안 설득하기도 했다.

해리슨은 김대중 전 대통령과도 깊고 오랜 인연을 이어왔다. 그는 2009년 김 전 대통령이 서거했을 때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68년 김 전 대통령을 처음 만났던 기억을 떠올리며 “김 전 대통령은 그때부터 ‘통일’을 얘기했다. 놀라운 건 그때 얘기했던 통일의 방식과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에서의 내용이 별반 다르지 않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셀리그 해리슨 우드로윌슨센터 선임연구원이 2005년 4월7일 북한을 방문해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만나고 있다.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셀리그 해리슨 우드로윌슨센터 선임연구원이 2005년 4월7일 북한을 방문해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만나고 있다.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그가 2001년 한반도 문제에 관한 오랜 경험을 녹여 펴낸 <코리안 엔드게임>은 15년이 지난 지금도 북핵 문제나 남북 갈등에서 한 발자국도 더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한반도 현실에서 되씹어볼 대목이 적지 않다. 그는 이 책을 통해 미국의 시각만을 일방적으로 전달하고 주장했던 기존 연구를 비판하고, 북한의 안보위기 심리인 ‘피포위 의식’(미국 등으로부터 포위당하고 있다는 위기의식)을 해소해줘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 미국의 국가이익에 절대적으로 부합한다고 역설했다.

북한에 대한 인식과 연구가 척박한 미국 사회에서, 그는 줄기차게 대화와 협상을 통한 해결을 제시해왔다. 그 밖에도 일본의 군국주의를 비판하고, 미국의 군산복합체에도 날카로운 비판을 들이댔다. 그런 점에서 그는 진정한 평화주의자라고 할 수 있다.

그는 <한겨레> 창간 초기부터 2010년까지 꾸준히 칼럼을 기고하기도 했다.

2013년 워싱턴에서 메인주 캠던으로 옮겨 딸의 보호를 받으며 병치료를 해왔다. 추모식은 오는 3월11일 워싱턴에서 열릴 예정이라고 가족들은 밝혔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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