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 전문가’ 셀리그 해리슨 별세
2011년 6월 워싱턴의 한 요양원에서 은퇴 뒤 말년을 보내고 있던 셀리그 해리슨이 <한겨레>에서 주는 감사패를 전달받고 기뻐하고 있다. 권태호 기자 ho@hani.co.kr
72년 김일성 주석 첫 인터뷰
94년 핵위기 때도 만나 ‘포기’ 설득
싱크탱크 소속 칼럼니스트로 필명 해리슨은 1950년대 <에이피>(AP) 통신 기자로 언론인 생활을 시작해, 60~70년대에는 <워싱턴 포스트>의 인도 뉴델리 및 일본 도쿄 지국장으로 근무했다. 이후 그는 카네기재단, 브루킹스연구소 등 워싱턴 싱크탱크에서 현장 경험과 식견을 겸비한 한반도 전문가로 이름을 날렸다. 해리슨이 한반도 문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워싱턴 포스트’ 도쿄 지국장(1968~72) 시절부터로 전해진다. 그는 한국전쟁 이후 미국인으로는 처음 72년 북한을 방문해 김일성 주석을 인터뷰했다. 이후 그는 북-미 관계가 고비를 맞을 때마다 방북해, 협상의 고리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북핵 문제로 한반도가 전쟁위기에까지 몰렸던 94년 6월에는 지미 카터 전 대통령보다 1주일 앞서 김 주석을 만나, 미국의 지원을 받는 조건으로 핵개발을 포기하도록 3시간 동안 설득하기도 했다. 해리슨은 김대중 전 대통령과도 깊고 오랜 인연을 이어왔다. 그는 2009년 김 전 대통령이 서거했을 때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68년 김 전 대통령을 처음 만났던 기억을 떠올리며 “김 전 대통령은 그때부터 ‘통일’을 얘기했다. 놀라운 건 그때 얘기했던 통일의 방식과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에서의 내용이 별반 다르지 않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셀리그 해리슨 우드로윌슨센터 선임연구원이 2005년 4월7일 북한을 방문해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만나고 있다.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