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0일 인준 청문회를 앞두고 있는 제프 세션스 미국 법무부 장관 내정자(상원의원)에 대해 인종차별주의자라는 비판이 강하게 일면서, 지명 철회 요구 움직임이 점점 증폭되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는 미국 48개 주 170개 로스쿨 교수 1100여명이 세션스 의원의 인준 청문회를 진행하는 상원 법사위원들에게 ‘인준 거부 요청’ 서한을 보냈다고 3일 보도했다. 로스쿨이 없는 노스다코타와 알래스카 등 2개 주를 제외한 미국 모든 주의 로스쿨 교수가 연명 서한에 참여한 것이다. 이들은 서한을 통해 “세션스 법무장관 내정자가 법을 공정히 집행하고 사회 정의와 평등을 증진하는 역할에 적합하지 않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연명 서한에는 로런스 트라이브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를 비롯해 제프리 스톤 시카고대 로스쿨 교수, 패멀라 칼런 스탠퍼드대 로스쿨 교수 등 내로라하는 법학자들이 대거 참여했다. 이들은 조만간 신문에 세션스 내정자의 지명 철회를 요구하는 전면광고도 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와 별도로 미국 최대 흑인 인권단체인 전미흑인지위향상협회(NAACP)의 코넬 윌리엄 브룩스 회장 등 지도자 12명은 이날 앨라배마주 모빌에 위치한 세션스의 상원의원 사무실을 기습 점거했다. 이들은 세션스의 과거 인종차별적 발언을 거론하며 지명 철회를 요구한 뒤 무기한 연좌농성에 들어갔다. 농성 7시간 만에 이들은 무단침입죄로 체포됐다고 <시엔엔>(CNN) 등은 전했다. 브룩스 회장은 “세션스는 (법무장관) 자격이 없다”며 “우리는 자발적으로 시민불복종 행동에 참여하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무브온’을 비롯한 시민단체 150여곳이 세션스 낙마를 위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고 의회 전문지 <더힐>은 보도했다.
지난해 11월29일 미국 워싱턴의 상원 의회에 참석해있는 제프 세션스(앨라배마) 상원의원의 모습. 워싱턴/AP 연합뉴스
세션스는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 때인 1986년 연방 지방법원 판사로 지명됐으나, 청문회에서 인종차별적 언행에 대한 증언이 잇따라 지명이 철회됐다. 당시 동료 검사들은 세션스가 전미흑인지위향상협회를 “반미국적이며 공산주의 영향을 받은 단체”라고 비판했다고 증언했다. 또 동료 흑인 검사에 대해 “이봐”(boy)라는 식으로 무시하거나, 백인 우월주의단체 큐클럭스클랜(KKK)을 옹호하는 듯한 발언도 했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그는 트럼프의 멕시코 장벽 설치를 옹호했다.
이런 움직임이 최종적으로 인준 거부라는 결과로 나타날지는 미지수다. 상원 100명 가운데 공화당 의원은 52명이다. 공화당에서 최소 3명 이상의 반란표가 나와야 한다. 세션스가 현직 상원의원이고 트럼프의 최측근이어서 반란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반면 세션스에 대한 여론이 워낙 좋지 않아 의회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전언도 있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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