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왼쪽)이 27일 하와이 진주만을 방문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켜보는 가운데 연설하고 있다. 진주만/AFP 연합뉴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각) 하와이 진주만에서 열린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공동연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자를 우회적으로 비판하는 듯한 발언들을 내놓았다.
권력 이양을 앞둔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연설 중간에 진주만의 상징적 의미를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증오가 뜨겁게 타오를 때조차도, 종족주의로의 끌림이 본능적으로 아무리 강할지라도, 배타적으로 내부로만 향하려는 충동에 저항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어 “(우리와) 다른 사람을 악마화하려는 충동에 저항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오바마 대통령의 이날 연설에 대해 미 언론들은 트럼프의 반이민 정책과 보호무역 정책 흐름에 대한 비판으로 풀이했다. 불법 이민자 추방과 멕시코 장벽 설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을 통해 타자를 배제하고 미국의 이익만을 우선시하는 트럼프를 겨냥했다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이날 연설에서 미-일 동맹이 “핵무기 확산 속도를 늦추는 데 함께 해왔다”고 밝혔다. <워싱턴 포스트>는 이를 두고, 트럼프가 최근 미국도 핵 능력을 큰 폭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자신의 업적을 뒤집으려 하는 트럼프를 공개적으로 비판하진 않고 있지만, 북극해와 대서양 연안에서의 석유 및 가스 시추를 영구적으로 금지하는 조처를 취하는 등 최근 다양한 방법으로 ‘역주행 방지’ 노력을 하고 있다.
아울러 아베 총리의 진주만 방문은 지난 5월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에 대한 답방 성격도 있지만, 당시 트럼프가 “오바마는 히로시마에서 왜 진주만 얘기는 꺼내지 않느냐”고 공격했던 점을 일본이 의식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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