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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트럼프의 ‘친러 반중', 출발부터 거센 역풍

등록 2016-12-19 17:14수정 2016-12-19 21:58

17일 미국 앨라배마주 모빌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연단에 나서 발언하고 있다. 모빌/AP 연합뉴스
17일 미국 앨라배마주 모빌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연단에 나서 발언하고 있다. 모빌/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친러 반중’ 행보가 미국 안팎에서 거센 반발에 부닥치고 있다. 미국 안에서는 트럼프의 당선을 돕기 위해 러시아가 미 대선에 개입한 의혹의 진상을 규명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고, 중국은 미 해군의 수중드론을 “훔쳐갔다”는 트럼프의 주장에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다.

미 의원들 “러시아 제재해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민주당전국위원회 해킹의 배후로 사실상 지목한 데 이어, 공화·민주 양당 의원들은 러시아에 대한 제재안을 촉구하고 나섰다.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공화)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에 “러시아는 해킹의 대가를 치러야 한다. 의회 조사를 통해 내년 트럼프 대통령의 테이블 위에 러시아 제재안을 올릴 것”이라고 밝혔다고 <시엔엔>(CNN) 방송 등이 18일 보도했다. 러시아 제재안은 의회 차원의 독립적인 진상조사에서 한발짝 더 나간 요구다. 이에 더해 존 매케인(공화)을 비롯한 원로급 상원의원들은 정보위원회가 아닌 별도의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러시아 게이트’를 조사해야 한다고 나섰다.

그러나 트럼프 당선자는 미 중앙정보국(CIA)의 조사 결과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자신의 집권 정당성이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에 더해, 선거 내내 견지해왔던 ‘미국 우선주의’ 노선이 통째로 흔들릴 가능성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는 외교적으로 비개입주의와 동맹 재조정을 뼈대로 한다. 동맹 재조정의 중심에 놓여 있는 국가가 바로 러시아다. 트럼프는 푸틴을 ‘훌륭한 지도자’라고 극찬하며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을 추진해왔는데,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 의혹이 여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워싱턴 포스트>는 트럼프의 대응을 두고 “러시아 게이트를 ‘미국 우선주의’라고 부르진 않는다. 이는 ‘트럼프 우선주의’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미 의회 등에서 러시아의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한 강경한 목소리가 커지면서 친러 인사인 렉스 틸러슨 엑손모빌 최고경영자(CEO)의 국무장관 인준도 난관에 맞닥뜨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틸러슨은 2014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합병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미국과 유럽연합이 발표한 러시아 제재안에 공개적으로 반대했던 인물이다. 익명의 민주당 관계자는 “러시아에 제재를 가해야 한다는 의회 분위기는 압도적”이라며 “틸러슨 역시 이 분위기를 비켜나가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쪽도 혼선을 빚는 모양새다. 켈리엔 콘웨이 트럼프 인수위 선임고문은 18일 <시비에스>(CBS)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언론에선 대선 기간 동안 트럼프 선거캠프와 러시아가 접촉했다는 것을 마치 사실인 것처럼 말하고 있다”며 불쾌한 감정을 드러냈다. 반면, 라인스 프리버스 백악관 비서실장 내정자는 “정보 당국자들이 보고서를 발표해 미국인들에게 보여준다면, 트럼프 당선자도 결론을 받아들일 것”이라며 한발짝 물러난 모습을 보였다.

중국, “당선자답지 않다” 트럼프 당선자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무시할 수도 있다며 강경한 대중국 정책을 예고하고 있지만, 중국 대응도 만만치 않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9일 정례브리핑에서 “큰길에서 어떤 물건을 발견하거나 주웠는데 누가 자신의 것이라며 달라고 한다면, 먼저 그 사람에게 속한 것인지 검증·조사해야 하지 않나. 그런 뒤 줄 수 있다. 이 논리는 매우 알기 쉬운 것”며 중국이 수중드론을 “훔쳐갔다”는 트럼프의 주장을 반박했다. 그는 ‘누구의 지갑에서 떨어진 것을 본다면 누구 것인지 알지 않나. 미군 소유물이라는 것을 몰랐다는 것인가'라는 물음에 “남(중국)해가 미국 호주머니 속의 물건인가?”라고 되물었다.

트럼프가 대만 문제에 이어 남중국해 문제에까지 중국과의 ‘전선’을 넓히는 데 대한 긴장감도 감지된다. <환구시보>는 이날 ‘불에 기름을 붓는 트럼프는 대통령 당선자 풍모가 너무 없다’는 제목의 사설에서 “그는 ‘하나의 중국’ 정책을 망가뜨리고, 이어 중-미의 위기관리 원칙을 무시했다”며 “그는 자신의 ‘조반파’(문화혁명 시기, 노동자·학생계층 출신 급진세력) 스러운 표현에 매우 만족하며, 본인이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하면 전세계가 허둥지둥하기를 바라는 것 같다”고 전했다. 사설은 중국이 트럼프의 정식 취임 전까진 자제를 유지하겠지만, 취임 뒤에도 이런 기조가 이어진다면 가만있지 않을 것이란 경고도 담았다.

중국 군사전문가들은 15일 발견된 수중드론이 중국의 잠수함 전력에 대한 정찰을 수행했을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미국이 주장하는 수중드론의 ‘과학적 임무’는 해류·염분·수온 등에 대한 정보 수집을 뜻하지만, 같은 자료가 상대국 잠수함 동향을 파악하는 데도 쓰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음파 탐지 기능까지 갖췄다면 직접적인 잠수함 정찰도 가능하지 않느냐는 주장도 제기된다. <신경보>는 2009년 미 해양관측선 임페커블호가 음파탐지기를 실은 채 남중국해에서 항행하던 중 중국 선박들과 대치했던 상황을 연상케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중국이 수중드론을 미국에 반환하기까지는 열흘 가량 걸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황금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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