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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칠레 주재 한국외교관 미성년자 성추행 파문

등록 2016-12-19 10:23수정 2016-12-19 10:39

현지 시시고발 프로그램 ‘함정 취재’에 덜미
지난 9월에도 한국어 수업 빌미로 성추행해
외교부, 직무 정지 처분…소환 조사 후 징계
칠레 주재 공관에 근무하는 우리나라의 한 외교관이 현지의 미성년 여성을 성추행하는 장면이 담긴 동영상이 공개돼 파문이 일고 있다.

칠레의 한 방송사는 지난 15일 시사고발 프로그램 ‘엔 수 프로피아 트람파’(En Su Propia Trampa·자신의 덫에 빠지다)’ 예고편을 공개했다. 33초 분량의 이 예고편 동영상에는 한국 외교관이 10대 중반의 여성에게 성적인 표현을 하며 목을 끌어안고 입을 맞추려하는 모습뿐 아니라, 미성년자의 손목을 잡고 강제로 집안으로 끌어들이는 장면이 담겼다. 또 해당 방송사 관계자가 ‘함정 취재(몰래 카메라)’를 통해 이런 장면이 담긴 동영상을 찍었다는 사실을 알리자, 이 외교관이 취재진의 손을 잡고 “포르 파보르”(Por favor·제발 부탁한다)는 말을 계속 내뱉으며 허리를 굽신거리고 사정하는 모습도 담겼다.

현지 방송사는 이 프로그램의 본 방송을 18일(현지시각) 저녁에 방영했다. 해당 방송사가 페이스북에 올린 예고편 동영상은 이날 밤까지 63만9000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으며, 3400여차례나 공유되고 850여개의 댓글이 달렸다.

한국 외교부는 해당 외교관에 ‘직무 정지’ 처분을 했으며, 소환조사를 거쳐 혐의가 확인되면 징계 절차를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관는 주재국에서 면책특권이 적용되지만, 현지 경찰의 수사에도 협조할 뜻을 밝혔다.

앞서 외교부는 공공외교를 담당하는 해당 외교관이 지난 9월 14살 안팎의 현지 여학생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면서 성추행으로 볼 수 있는 신체 접촉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첫 피해 여학생의 제보를 받은 현지 방송사가 다른 미성년 여학생을 해당 외교관에게 접근시켜 함정 취재를 했고, 이 과정에서 또다시 신체 접촉을 시도하는 모습이 포착된 것이다. 예고편 댓글에는 “(피해 여학생이) 코리안 드림을 이루기 위해 강의를 들었을 것”이라며 한국을 비난하는 글이 여럿 올라왔다.

현지 교민사회에선 이번 사건이 ‘나라 망신’이라는 반응과 함께, 중남미에 부는 한류 바람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일부 교민은 한국인으로서 대신 사과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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