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필리핀 근처 해역에서 미국 해군의 무인 수중 드론(UUV)을 나포한 지 이틀여 만에 미국에 되돌려주기로 했다. 가까스로 봉합은 됐지만,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예민해진 중국의 정서를 그대로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트럼프 당선자가 중국의 수중 드론 나포를 맹비난하고 나서, 경제·무역에 이어 안보 문제에 이르기까지 미국 새 행정부와 중국의 갈등 전선이 확대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피터 쿡 미 국방부 대변인은 17일 성명을 통해 “중국 당국과의 직접 접촉을 통해 무인 수중 드론의 미국 반환에 대한 이해를 얻어냈다”고 밝혔다. 미·중 양국은 드론을 언제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 반환할지를 놓고 계속 협의하고 있다.
앞서 지난 15일 오후 필리핀 수비크만에서 북서쪽으로 50해리 떨어진 해상에서 미군 해군함정 바우디치함이 드론 회수 작업을 하던 중 이를 따라오던 중국 해군 함정에서 내린 소형 보트가 수중 드론 2대 가운데 1대를 빼앗아 갔다. 이후 양쪽은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다.
우선, 수중 드론 나포 지역에서의 활동에 대한 국제법적 합법성 여부에 대해 미 국방부 쪽은 “국제수역에서 활동하는” 드론에 대해 중국이 “불법적으로” 나포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맞서 중국 <인민일보> 해외판이 운영하는 웨이신(위챗) 계정 ‘샤커다오’는 “그 지역은 회색지대”라며 국제수역이라는 점에 동의하면서도 “문서화된 규칙이 없으므로 미군이 드론을 보낼 수 있다면, 중국도 그것을 나포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수중 드론의 활동 목적에 대해서도 양쪽은 날선 공방을 벌였다. 미국 쪽은 “해양 연구 목적”의 작전이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중국 쪽은 “오랜 기간 미군은 중국에 면한 해역에 빈번하게 군함을 보내 인근 정찰과 군사측량을 진행했다”며, 미국이 정찰 활동을 벌인 것으로 의심했다.
미국 전문가들도 이번 미 해군의 드론 활동을 순수한 연구 목적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견해에는 동의하고 있다. 중국의 공격용 잠수함 활동 범위가 인도양과 태평양으로 확대되면서 미국 쪽이 수중 드론을 잠수함 추적 등에 활용해왔기 때문이다. 테일러 프레이블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전문가는 “이번 드론들은 대잠수함 전투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어 보인다”고 <뉴욕 타임스>에 말했다.
더 큰 문제는 미-중 간 패권적 이슈인 남중국해를 놓고 트럼프 당선자가 직접 나서 갈등을 부추기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는 17일 트위터를 통해 “중국이 공해상에서 미 해군의 연구 드론을 훔쳤다. 전례 없는 행동으로 연구 드론을 물에서 낚아채 중국으로 가져갔다”고 비난했다. 중국이 드론을 반환하기로 합의한 뒤에도 그는 트위터를 통해 “우리는 중국에 그들이 훔친 드론을 돌려받기 원하지 않는다고 말해야 한다. 그들이 갖도록 놔두라”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대선 과정에서 무역과 일자리 등에 국한해 중국을 공격했던 트럼프는 이달 초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의 전화통화 이후 “남중국해 대형 요새 건설로 피해를 보고 있는데 중국은 이런 것들을 해서는 안 된다”며 안보 이슈에도 적극 개입하고 있다. 이에 따라 트럼프 시대의 대중국 정책 기조가 무역 등 경제 분야의 전술적 대결에서 안보를 포함한 전략적 대결 기조로 흐르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양이 해군 소장은 <환구시보> 주최 포럼에 참석해, “트럼프와 미국 정부가 감히 중국 정책의 근본과 핵심이익에 도전하는 행동을 한다면, 트럼프에 대한 어떤 기대도 버리고 코피를 흘리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워싱턴 베이징/이용인 김외현 특파원
yy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