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16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 출입기자단과 기자회견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뉴욕/UPI 연합뉴스
오는 31일 유엔 사무총장 임기를 마치고 대선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작심한 듯 한국에 대한 발언 비중을 높이며 보폭을 넓혀가고 있는 모양새다.
반 총장은 16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 출입기자단과의 회견에서 “나는 한국 국민들이 그들 앞에 놓인 도전을 극복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포용적 리더십을 열망하고 있음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2주일 동안 은퇴하고 쉬느냐, 한국의 대통령으로 출마하느냐는 두 가지 선택에 직면해 있다. 어떤 선택을 할 것이냐’는 질문에 이같이 대답했다.
반 총장은 이어 “한국의 상황은 매우, 매우 어렵다. 어떤 의미에서는 혼란 속에 있다”며 “한국의 미래에 대한 국민들의 걱정을 공유하고 이해할 수 있다”고 우회적으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언급했다. 그는 “한국민이 어렵게 성취한 민주주의와 경제발전을 잃고 싶지 않으려 한다는 것를 안다”며 “한국은 공여를 받는 국가에서 주는 국가로 바뀌었다. 이것은 한국인이 갖고 있는 자부심”이라고 말했다.
반 총장은 “사고방식, 소득, 지역주의 등의 차이를 조정해야 할 이슈들, 우리가 생각해야 할 이슈들이 너무 너무 많다”며 “이는 사회통합과 화해, 더 많은 성숙한 민주적 제도들(이 필요함)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민들이 회복력과 매우 성숙한 민주제도를 통해 이 어려움을 곧 극복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반 총장은 “약간의 휴식을 취한 뒤 한국으로 귀국할 것”이라며 “정치 지도자, 시민사회 대표, 친구 등 가능한 많은 사람들과 만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내가 한국을 위해 무엇을 하는 게 최선이고, 또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정말로 진지하게 생각해보겠다”며 대권 도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반 총장은 오는 20일 뉴욕에서 한국 특파원들과의 간담회 등을 할 예정이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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