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이 14일 기준금리 인상을 발표한 뒤 기자회견을 열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워싱턴/신화 연합뉴스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14일 미국 기준금리 인상 발표 직후 기자회견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와의 대립각을 숨기지 않았다.
옐런 의장은 이날 “나는 정말로 임기 4년을 채울 것”이라며 “연준의 독립성에 대한 강한 신념의 소유자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당선자는 선거 운동 기간 “옐런은 매우 정치적이며 따라서 본인 스스로 부끄러워 해야 한다”며 옐런을 거세게 비판해왔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재임기간 동안 연준이 의도적으로 금리를 낮게 유지하려 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 옐런의 임기가 만료되면 재지명하지 않는 것은 물론, 중도 사퇴 압박이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돌기도 했다. 지난 2014년 2월 초 취임한 옐런의 임기는 2018년 2월 초에 끝난다.
옐런은 차기 트럼프 행정부의 대규모 재정지출 정책과 금융규제 완화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연준은 통화정책뿐 아니라 금융산업 규제 역할도 담당하고 있어 옐런의 의견이 중요하다.
우선, 옐런은 재정정책을 통한 경기부양책과 관련해 “나의 전임자들과 나는 (과거) 실업률이 지금보다 상당히 높았을 때 재정 확대정책을 촉구했다”며 “지금은 실업률이 4.6%이고 노동시장도 견고하다”고 말했다. 그는 “현 시점에서 완전고용을 촉진하기 위해 재정정책이 명백하게 필요한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는 일자리 창출 등의 명분으로 1조달러 규모의 사회간접자본 시설 투자계획을 공언해왔는데, 옐런의 발언은 이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연준은 또 내년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0%에서 2.1%로 올리는 데 그쳐, 트럼프가 약속한 ‘4% 성장’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임을 시사했다.
아울러, 옐런은 트럼프 정부의 금융규제 완화 움직임에 대해 “금융위기를 계기로 대부분 연방의원들과 대중들이 더 안전하고 강한 금융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며 “도드-프랭크법 등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미국은 지난 2010년 도드-프랭크법을 제정해 금융기관 통제를 강화하고 소비자금융보호국과 같은 새 기관을 만들었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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