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석유기업 엑손모빌의 렉스 틸러슨 최고경영자(CEO)가 도널드 트럼프 차기 행정부의 초대 국무장관으로 유력한 것으로 10일(현지시각) 알려졌다. 사진은 틸러슨이 지난해 6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세계가스총회에서 연설하고 있는 모습. 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렉스 틸러슨(64) 엑손모빌 최고경영자(CEO)를 조만간 국무장관으로 지명할 가능성이 유력해지면서, 틸러슨이 한반도 정책에서는 어떤 기조를 보일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트럼프 당선자는 11일(현지시간) <폭스뉴스>의 ‘선데이’ 프로그램에 출연해 ‘국무장관 결정’에 대해 “매우, 매우 임박해 있다. 기막히게 좋은 사람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기업 임원인 틸러슨이 국무장관 되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그는 세계적 수준의 플레이어다. 많은 사람들을 알고, 러시아와도 대규모 거래를 하고 있다”고 칭찬했다. 틸러슨을 국무장관으로 맘에 두고 있음을 강하게 내비친 것이다. 틸러슨은 지난 10일(현지시각) 뉴욕 트럼프 타워에서 트럼프 등을 2시간 가량 만나 ‘면접’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틸러슨은 공직 경험이 전혀 없고, 기업에서만 활동해왔다. 본인도 공직 경험이 전혀 없는 탓인지 트럼프는 인선에서 ‘공직 경험 유무’를 크게 고려치 않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틸러슨은 친러시아 행보를 제외하면, 딱히 두드러진 외교적 색깔도 없다. 이때문에 그가 국무장관이 되면, 대북 정책에서 ‘중국 압박 및 활용론’을 강조해온 트럼프의 ‘지침’에서 크게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보이며, 마이클 플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내정자 등의 입김도 국무부를 통해 더 크게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교롭게도 이 둘은 모두 ‘강성’으로 분류된다. 틸러슨은 국무부 인사나 정책자문 등에서 본인이 이사를 맡고 있는 워싱턴의 싱크탱크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를 활용할 가능성도 높다. 그런데 국제전략문제연구소도 중국 및 북한 문제에서 매파적 성향을 보여왔다. 틸러슨의 대중·대북 정책이 강경 노선으로 흐를 것으로 예상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다만, 틸러슨의 강점인 러시아 인맥 및 영향력을 활용해 대북 정책의 돌파구를 열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다. 이 경우 북한도 러시아 쪽에 좀더 접근하는 외교정책을 구사할 수 있다. 또 트럼프가 단순히 강·온 양면으로 분류하기 쉽지 않을 뿐 아니라, 원칙이나 이데올로기보다 철저하게 실리를 추구하는 유형이어서 북핵 문제에 있어서도 ‘비확산’에 초점을 맞춘 전향적 방안을 내놓을 가능성도 없진 않다.
틸러슨이 국무장관으로 최종 지명되지 않을 가능성도 남아 있다. 특히 중앙정보국(CIA)이 ‘트럼프 당선을 돕기 위해 러시아가 대선에 개입했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지면서, 미국 내에서 ‘반러시아’ 정서가 고조되고 있다. 그의 친러시아 이력이 상원 인준 청문회 통과를 힘들게 할 수 있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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