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미국 노스다코타주 원주민 보호구역인 ‘스탠딩 락’ 인근에서 ‘다코타 액세스’ 송유관 건설 사업을 반대해왔던 원주민들과 환경운동가들, 예비역 군인 등 수백여명이 모여 미 육군의 송유관 건설 중단 결정에 환호하고 있다. 캐넌볼/AFP 연합뉴스
미국 중북부를 가로지르는 ‘다코타 액세스’ 송유관 건설 사업 중단 결정이 발표된 4일, 시위대와 경찰의 충돌로 매캐한 최루탄 냄새가 진동했던 스탠딩 락 천막시위 농성장은 북 소리 울리는 축제의 장으로 변했다. 수백여명의 원주민과 환경운동가들, 그리고 시위를 지지하기 위해 모였던 200여명의 예비역 군인들은 사업 중단 결정을 축하하며 함께 춤추고 노래 불렀다. 시위에 참여했던 수족 원주민 존 이글은 “함께 해준 시민들 모두에게 감사하다. 정말 아름다운 날이다”라고 말하며 눈물을 글썽였다.
미국 내 송유관 건설 사업을 관할하는 미 육군은 이날 ‘다코타 액세스’ 송유관 건설사인 ‘에너지 트랜스퍼 파트너스’에 송유관 완공에 필요한 ‘지역권’(토지이용권)을 허가하지 않겠다고 밝혔다고 <시엔엔>(CNN) 방송 등 외신이 전했다. 육군은 이어 송유관 건설 지역에 환경평가를 실시하고, 원주민들의 식수원인 오하헤호 주변에 우회로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수자원 오염과 원주민 성지 파괴를 우려해 송유관 우회로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던 원주민 요구가 받아들여진 셈이다.
원주민들과 환경운동가들은 환영했다. 지난 9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인권이사회에 참석하는 등 송유관 건설 반대 운동에 앞장섰던 데이브 아셤보(45) 수족 족장은 성명에서 “역사가 옳은 길을 가도록 결정내린 버락 오바마 행정부와 미 육군, 법무부, 내무부에 모두 감사의 뜻을 보낸다”고 밝혔다. 그린피스도 성명을 내 “원주민들의 기념비적 승리이자, 수자원을 보호하기 위한 환경운동가들의 승리”라고 평가했다.
노스다코타에서 일리노이까지 모두 4개주, 50개 카운티를 잇는 ‘다코타 액세스’ 송유관 건설 사업은 길이 1800㎞, 공사비만 38억달러(4조2000억원)에 이르는 대규모 사업이다. 노스다코타 북부 바컨 지역에서 생산된 셰일 원유를 인디애나까지 하루 최대 57만배럴 가량 수송할 수 있는 이 송유관은 지금까지 92%가량 완공된 상태다.
그러나 미 전역 100여개 원주민 부족과 환경단체 활동가들은 지난 4월부터 ‘물은 생명이다’라는 구호를 외치며 미주리강과 원주민 보호구역인 스탠딩 락 교차 지점에서 천막시위를 벌였다. 시위가 격화되자 경찰은 시위대에 최루탄과 고무총, 물대포를 이용해 무력 진압을 시도했고, 이 모습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알려지면서 국제적인 관심을 끌었다. 버니 샌더스 민주당 경선 후보가 노스다코타 송유관 건설 반대를 천명하면서, 미 전역의 샌더스 지지자들이 노스다코타 시위 현장에 몰려가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9개월간의 싸움은 일단 원주민들의 승리로 끝났지만, 선거운동 기간 내내 원래 경로에 따라 송유관을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해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가 취임할 경우 육군의 결정이 뒤집힐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송유관 건설사 ‘에너지 트랜스퍼 파트너스’의 켈시 워런 최고경영자는 공화당과 트럼프 선거캠프의 주요 기부자였으며, 트럼프 역시 이 회사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황금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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