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니 샌더스 미국 민주당 상원의원이 대선을 닷새 앞둔 지난 3일 오하이오주 신시내티에서 열린 대선 유세에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를 지지하는 연설을 하고 있다. 신시내티/AP 연합뉴스
버니 샌더스(75) 미국 민주당 상원의원이 민주당의 고강도 개혁을 요구하며 2020년 대선에 재도전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번 대선에서 패배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에게 민주당 후보 자리를 내줬던 샌더스 의원은 10일 <에이피>(AP) 통신과 한 인터뷰에서 “앞으로 4년은 긴 시간”이라며 “하나씩 바꿔나가겠지만 어떤 것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우선 2018년 상원 중간선거에서 재선한 뒤, 2020년 대선에 다시 출마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30년 이상 무소속으로 상·하원 의원을 지낸 샌더스 의원은 민주당 후보 경선 기간 중 트럼프 당선자와의 일대일 가상대결에선 줄곧 클린턴보다 경쟁력이 더 있는 것으로 나타났었다. 트럼프의 ‘아웃사이더’ 이미지를 샌더스도 마찬가지로 지니고 있어, ‘기성 정치인’ 이미지를 지닌 클린턴과 달리 트럼프의 장점을 상쇄시켰기 때문이다.
샌더스 의원은 이번 선거결과에 대해 “백인 노동자 수백만명이 트럼프에게 표를 줬다는 사실은 민주당 전체에 부끄러운 일”이라며 “노동자를 위하겠다는 민주당의 메시지가 더 이상 먹히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날 <유에스에이 투데이>와 한 인터뷰에서도 “민주당은 뉴욕이나 캘리포니아주뿐 아니라, 이 나라 50개 주의 ‘일하는 사람들’의 정당이라는 걸 분명히 해왔다”며 “민주당 지도부는 의사당 밖으로 나가 길 위에 있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또 “민주당이 월가에 다가가고 부자들에게 돈을 받는 정당일 수는 없다”며 “젊은이들과 착취에 지친 노동자들이 이 나라를 새로운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데 특별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민주당에선 샌더스 의원과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등을 중심으로 당을 재정비하는 움직임이 시작됐다. 민주당 내 좌파 그룹은 클린턴 후보가 패배한 원인은 경제적 불평등 개선과 월가 규제 등 개혁정책을 머뭇거린 탓일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샌더스 의원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트럼프 당선자를 향해서도 “선거운동 때처럼 소수자를 배척한다면 가만있지 않겠다”며 “국민의 분노를 이용해 무슬림, 히스패닉, 흑인, 여성 등에게 등을 돌린다면 우린 그에게 악몽을 선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