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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미국 현지 전문가 대담] “블루칼라들에게 클린턴은 기득권의 화신”

등록 2016-11-10 19:15수정 2016-11-10 21:57

엔더스비(미주리대 정치학 교수)
“클린턴, 변화 비전보다 경륜 강조”
“트럼프, 정책 불확실성 너무 커”

조성대(한신대 교수)
“클린턴-트럼프 정책 논쟁 없어… 민주주의에 심각한 위협”
“트럼프, 의회 지지와 협조 구하는 데 어려움 겪을 수도”

엔더스비(미주리대 정치학 교수)
“클린턴, 변화 비전보다 경륜 강조”
“트럼프, 정책 불확실성 너무 커”

조성대(한신대 교수)
“클린턴-트럼프 정책 논쟁 없어… 민주주의에 심각한 위협”
“트럼프, 의회 지지와 협조 구하는 데 어려움 겪을 수도”
지난 8일(현지시각) 치러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제45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됐다. 이번 대선이 미국 정치에서 지니는 함의에 대해 제임스 엔더스비 미국 미주리대학교 정치학과 교수와 조성대 한신대 교수(조지워싱턴대 방문교수)가 지난달 28일 미주리대에서 대담을 한 데 이어, 9일 선거 결과가 나온 뒤 전자우편 등을 통해 추가로 대담을 했다.

조성대(이하 조) 결과가 뜻밖이라 다소 충격적이다. 거의 모든 언론과 여론조사 기관이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의 승리를 예견했는데. 이렇게 된 원인이 무엇이라고 보는가?

제임스 엔더스비(이하 엔더스비) 전체 유권자 투표에선 클린턴 후보가 더 많은 표를 얻었다. 결과적으로 트럼프가 선거인단 제도를 최대한 잘 이용한 셈이다. 선거인단 제도는 (전체 유권자 대상) 일반투표 제도와 달리 주별 전략이 아주 중요하다. 자신에게 유리하다고 판단되는 주를 잘 선택해 어쨌든 해당 주에서 유권자 과반의 지지를 얻으면, 그 주에 속한 선거인단 전체를 다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트럼프 캠프가 필요한 주와 투표 집단을 전략적으로 잘 타기팅한 결과라 판단한다.

(트럼프가) 제도를 잘 이용했다고 볼 수도 있지만, 결국 미국 유권자들이 지난 8년간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연장을 거부하고 변화를 갈망했기 때문이라고 봐야 하지 않을까? 특히 중하층 백인들의 불만은 선거 기간 내내 두드러졌다.

엔더스비 트럼프 지지자들의 가장 큰 특징은 현 상태를 대단히 불만스러워하고 있다는 점이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변화를 갈망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트럼프는 백인 중하층과 노동자 집단의 감성을 잘 파고들었다. 저학력이면서 블루칼라 산업과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이들은 지난 8년간 오바마 행정부가 추진한 경제회복 정책으로부터 그 어떤 혜택도 받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그런 그들에게 클린턴은 기득권의 화신이었다. 더구나 클린턴은 변화에 대한 비전보다 오바마 행정부와의 관계와 그의 경륜을 강조하는 캠페인을 펼쳤다. 결국, 사회경제적 지위 하락 속에 변화를 갈망하는 중하층 백인들에게 클린턴은 선택지가 될 수 없었다.

이번 선거는 과거의 대선과 여러모로 달랐다. 특히 ‘아웃사이더’에 대한 열망 표출이 두드러졌고 트럼프의 아웃사이더 전략이 당선에 큰 역할을 한 것 같다.

엔더스비 역사적으로 미국의 양대 정당은 당내 주류를 반영하는 후보를 본선에 배출했다. 그런데 2016년 미국 대선은 아웃사이더 후보의 도전과 성공이 눈에 띄었다는 점에서 여느 선거와 달랐다. 비록 실패했지만 민주당에서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주도한 ‘좌로부터의 바람’이나 트럼프의 ‘중상주의적 국수주의 바람’은 결국 주류 기득권에 반대하는 대중적 정서와 맞아떨어졌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대부분 미국 시민들은 미래를 밝게 전망하지 않았으며 따라서 변화에 대한 그 어떤 제안도 현재보단 나은 것으로 판단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트럼프의 당선은 트럼프를 대통령감이라고 평가했다기보다, 기존 현상을 거부하는 불만이 컸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역대 대선과 비교했을 때, 이번 선거에선 후보 간 정책 논쟁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는 미국 민주주의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도 있다고 보는데.

엔더스비 양당 후보자들의 호감도가 현격히 떨어진 가운데 정책과 관련한 공개적인 토론이 전무했다는 점은 미국의 진로에 대한 두려움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낮은 호감도는 서로의 인물됨에 대한 공격을 주요 전술로 활용하게 만들었고, 정책은 마치 양념처럼 여기저기 흩어져 있을 뿐이었다. 특히 트럼프는 명확한 정책을 강령으로 제시한 바가 없다. 따라서 트럼프는 미래의 정책 방향에 대해 광범위한 대중적 위임을 받았다고 주장할 수 없을 것이다. 아울러 차기 행정부가 추진할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도 너무 크다.

어쨌든 공화당이 상원과 하원의 다수를 차지함으로써 트럼프는 단점정부(unified government·여당이 의회 다수를 차지하는 정부)를 이끄는 지도자가 되었다. 그러나 이민이나 무역 등 트럼프가 강조했던 정책은 공화당의 전통적 노선과 사뭇 달랐다.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방향을 어떻게 진단하는가?

엔더스비 말했듯이 불확실성투성이다. 당장은 불법이민에 대한 규제 강화와 오바마 행정부의 최대 입법 성과였던 ‘오바마 케어’에 대한 대대적인 손질이 예상된다. 또 무역과 외교정책에도 변화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공화당 정부가 들어섰음에도 어느 방향으로 어떤 정책을 주도해야 하는가에 대한 당내의 명백한 합의를 도출하기는 상당히 힘들 것이다.

단점정부임에도 트럼프가 의회로부터 지지와 협조를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얘기인가?

엔더스비 트럼프가 정치적 경험이 전혀 없는 사람이기도 하거니와 공화당이 너무 분열돼 있다. 하원의장인 폴 라이언은 벌써부터 지도력을 의심받고 있다. 트럼프를 지지했던 공화당 의원들은 극단적인 입장의 소유자들로, 온건한 공화당 의원들과 민주당 의원들이 동의하기 힘든 급진적인 정책으로 압박할 것이 뻔하다. 더군다나 트럼프는 선거 기간 내내 공화당 주류들을 공격하지 않았나. 대통령으로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공화당 주류들의 협조가 필수적인데 쉽지 않은 과제다.

민주당도 위기인 건 마찬가지라고 본다. 경선 기간 동안 주류인 클린턴 후보 쪽은 좌로부터의 도전에 시달려야 했다. 물론 전당대회에서 최저임금 인상, 공립대학 무상등록금 등 샌더스의 주요 공약을 받아들여 단합을 과시하긴 했지만 선거 패배로 향후 당내 몸살이 심상치 않을 것 같다.

엔더스비 정책뿐 아니라 제도에 대한 개혁 요구도 상당할 것으로 판단한다. 특히 슈퍼 대의원 비율을 줄이고 일반 유권자들의 권한을 더 확대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혁하자는 목소리가 증가할 것이다. 그러나 당장의 선거에서 패배하는 것이 장기적인 승리에 더 이로울 수도 있다. 민주당은 치열한 논쟁을 통해 장기적으로 더 효과적인 정당으로 거듭날 것이다. 오히려 공화당은 내부 입씨름과 교착에 끊임없이 시달릴 것이다.

제도 개혁과 관련해 이번 선거도 2000년 대선처럼 국민투표에선 지고 선거인단 표에서 이긴 대통령이 나오지 않았나. 이런 선거인단 제도를 개혁하자는 목소리가 나올 법한데.

엔더스비 선거인단 제도를 개혁하자는 주장은 비단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그러나 헌법을 개정해야 한다. 잘 알다시피 헌법 개정은 연방 상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과 50개 주 가운데 4분의 3 이상 주의 찬성을 요구한다. 따라서 정치적 변화에 대한 엄청난 요구가 있기 전에는 거의 불가능하다. 이번 선거가 선거인단 제도의 개혁을 요구할 정도의 위기를 낳았다고는 보지 않는다.

이번 선거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클린턴 후보뿐 아니라 민주당 상하원 후보들을 위한 지원유세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이는 한국에서는 선거법으로 금지돼 있다. 아무리 선거라지만 대통령은 선거운동보다 국정에 신경써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 않을까?

엔더스비 비록 상대적으로 최근 현상이지만 현직 대통령은 자신을 위해서나 소속당의 후보를 위해 선거운동을 전개할 수 있다. 집권 기간 동안의 치적을 강조하는 캠페인으로 자당의 후보를 지원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대통령은 (선거 중립을 지켜야 하는) 공무원이기 이전에 정치인이고 재직 시절 그가 추진했던 정책이 이어지길 기대하는 것은 당연하다. 따라서 후임자를 위한 (대통령의) 캠페인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당연히 보장되어야 한다고 본다.

정리 이용인 워싱턴 특파원 yyi@hani.co.kr, 사진 제공 조성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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