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현지시각) 오후 미국 워싱턴 백악관 앞 라파예트 공원에서 재외동포들이 ‘최순실 게이트’ 관련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잘못을 얘기하는 것이 재외동포로서 부끄럽다는 얘기들을 한다. 그러나 잘못된 것을 가만히 보고 있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다.”
1998년 미국으로 이민왔다는 안경희(49)씨는 5일(현지시각) 오후 워싱턴 백악관 앞 라파예트 공원에서 ‘박근혜 퇴진과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워싱턴 동포들’ 주최로 열린 집회에서 자유발언을 통해 이렇게 목소리를 높였다. 안씨는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며, “한국에 있는 미래 세대들을 위해, 돈과 권력을 잡으려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높은 사람들에게 줄만 서면 된다는 문화가 형성되는 것을 용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4시부터 한시간 동안 진행된 집회에는 워싱턴 근처 버지니아주와 메릴랜드주에 살고 있는 재외동포 50여명이 모였다. 주말을 맞아 아이들을 데리고 온 부부 참석자도 있었다. 자유 발언자로 나선 김광훈(60) 메릴랜드 시민학교 교장도 “박근혜 대통령 퇴진 요구 시위에 나오는 것이 굉장히 부끄러웠다. 탄핵이냐, 사퇴냐 등의 얘기는 하고 싶지 않지만, 반드시 박 대통령과 그 배후세력들이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유발언이 이어질 때마다 참석자들은 “퇴진하라 박근혜! 하야하라 박근혜!”, “이게 나라냐!”, “사과말고 사퇴!” 등의 구호를 외쳤다. 주말 오후 백악관을 찾은 관광객들이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집회 장면을 쳐다보기도 했다.
이들은 집회 마지막 순서인 성명서 낭독을 통해 “최순실의 나라 대한민국은 더이상 설 자리를 잃었다”며 “지난 3년8개월 박근혜 대통령은 스스로 대통령이 아님을 증명하고도 남음이 있다”고 비판했다.
이번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과정에서 조직된 해외동포 연합단체인 ‘박근혜 대통령 퇴진과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재외동포 행동’은 4~6일 주말동안 미국 뉴욕, 워싱턴, 시카고, 로스앤젤레스와 영국 런던과 맨체스터, 독일 베를린, 아일랜드 더블린 등에서 시국 집회를 열었다. 또 오는 주말인 11~12일에도 미국, 독일, 영국, 프랑스,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 일본 등 세계 각국 주요 도시에서 재외동포들의 집회가 열릴 예정이다.
워싱턴/글·사진 이용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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