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현지시각) 미국 오하이오주 콜럼버스에서 열린 민주당 연례 만찬 행사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연설하고 있다. 콜럼버스/AFP 연합뉴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연설 도중 송유관 건설 중단을 요구하며 자신을 향해 고함치는 시위자에게 “지금은 잘 들리지 않으니 편지를 써달라”고 진지하게 대하는 모습이 화제가 되고 있다.
백악관 출입기자단 풀 기사 등을 보면, 오바마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각) 저녁 오하이오 주 콜럼버스에서 열린 민주당 연례 만찬 행사에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후보 지지 연설을 했다. 그런데 연설 시작 8분쯤 지나 클린턴을 대통령으로 뽑아야 한다는 ‘본론’을 막 꺼내려할 무렵, 한 여성이 고함을 지르기 시작했다. 오바마 대통령과는 약 61m 떨어져 그녀는 큰 소리로 외쳤지만 소리가 분명하게 들리지 않았다. “물!”, “화석연료!” 등이 띄엄띄엄 들렸다고 출입기자단은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연설을 중단하고 눈을 가늘게 뜨며 “무슨 일이죠? 누가 소리를 지르는 거지요? 보이지 않네요”라고 상황을 파악하려 애썼다. 관객 쪽 자리는 상당히 어두웠다. 오바마 대통령은 그 여성을 향해 “만나서 반갑지만 함께 얘기할 사람이 많아요”라며 자제를 요청했다. 그럼에도 여성의 고함이 계속되자 오바마 대통령은 “메모를 적어줘요. 편지를 써도 좋아요”라며 여성을 달래려 햇다. 그는 이어 “당신이 얘기하는 게 잘 들리지 않아요. 내가 약속하는데, 거기 있는 스태프 한 명과 얘기해 보면 더 나을 거에요”라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화답에 여성은 목소리를 더욱 높였다. 그는 “다코타 액세스 송유관 중지!”를 외쳤다. 그제서야 오바마 대통령은 “알았어요. 무슨 말인지 알았아요”라고 응대했다. 관중석에선 박수가 터져나왔다.
그는 “(제가)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잘 들리지도 않아요. 잘 보이지도 않아요”라며 농담을 하기도 했다. 결국, 이 여성은 경호원들의 호위(?)를 받으며 대회장 밖으로 나갔다. 오바마 대통령은 연설을 재개했다.
노스다코다에서 일리노이까지 이어지는 1900㎞의 송유관 건설에 대해 환경론자들은 강하게 반대하고 있으며,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도 이날 오바마 대통령에 건설 중단을 공식 요청했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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