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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트럼프 ‘음담패설’ 녹음파일 공개…대선가도 최대 위기 직면

등록 2016-10-08 09:17수정 2016-10-08 09:22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논란이 된 잇단 ‘여성비하’ 발언에 대해 “재미로 한 말”이라고 지난 5일(현지시각)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사진은 이날 트럼프가 라스베이거스에서 유세하는 모습.  라스베이거스/AP 연합뉴스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논란이 된 잇단 ‘여성비하’ 발언에 대해 “재미로 한 말”이라고 지난 5일(현지시각)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사진은 이날 트럼프가 라스베이거스에서 유세하는 모습. 라스베이거스/AP 연합뉴스
<워싱턴 포스트> 2005년 버스 안 대화 녹음파일 입수
“당신이 스타면 미녀들은 뭐든지 하게 해줘”
“XX처럼 그녀에게 접근했어”
“그냥 키스해 버려. 기다리지도 않아”
트럼프, 거의 처음으로 “사과한다” 발표
2차 TV 토론 이틀 앞둔 시점에서 대형 악재
백인 여성·복음주의 기독교층 등 ’집토끼’도 이탈 우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가 지난 2005년 농도짙은 음담패설을 주고받은 녹음파일이 7일(현지시각) 공개됐다. 여성의 성기를 지칭하는 저속한 속어까지 동원하며 여성을 성적 수단으로만 간주하는 내용으로 가득찬 음담패설이 공개되면서, 트럼프 후보가 대선 출마 이후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엔엔>(CNN) 방송 등은 “트럼프의 종말을 알리는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이날 트럼프와 미 연예매체 <액세스 할리우드>의 빌리 부시가 지난 2005년 버스 안에서 나눈 외설적 대화 내용의 녹음파일을 입수했다며, 이날 전격적으로 공개했다. 현재 <엔비시>(NBC) 방송의 투데이쇼 프로그램 진행을 맡고 있는 부시는,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의 사촌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녹음파일은 그의 세번째 부인이자 현재 부인인 멜라니아와의 결혼 몇개월 뒤인 그해 10월 녹음된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59살이었던 트럼프는 드라마 ‘우리 삶의 나날들’의 카메오 출연을 위해 녹화장으로 향하던 길이었다.

트럼프는 버스 안의 사람들에게 과거에 유부녀를 유혹하려 한 경험담을 얘기하기 시작한다. 그는 “그녀한테 접근했는데 실패했어. 솔직히 인정해”라고 말한다. 트럼프는 이어 “접근을 시도했는데, 그녀는 결혼한 상태였어”라고 말했다. 상대가 유부녀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뜻이다. 트럼프는 “그녀를 가구 쇼핑에도 데려갔어. 그녀가 가구를 원했기 때문이야. 나는 말했지. 더 좋은 가구가 있는 곳으로 안내해주겠다고 말이야”

그는 이어 “XX처럼 그녀에게 접근했어. 그렇지만 성공하지는 못했어.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그녀를 보니까, 커다란 가짜 가슴을 달고 있고, 얼굴도 완전히 바뀌어 있었어”라고 말했다.

트럼프와 부시는 녹화장에 도착할 무렵 마중 나와 있던 여배우 아리안 저커를 목격한 뒤 음담패설을 계속 이어간다. 트럼프는 “와”라는 감탄사를 내뱉은 뒤 “혹시 키스를 할지도 모르니 (입냄새 제거용 사탕인) ‘틱택’을 좀 써야겠어”라면서 “나는 자동으로 미인한테 끌려. 그냥 바로 키스를 하게 된단 말야. 그건 자석과도 같아. 그냥 키스해 버려. 기다리지도 않아”라고 자랑한다.

트럼프가 “당신이 스타면 그들(미녀)은 뭐든지 하게 해줘”라고 주장하자, 부시는 “맞아. 원하면 뭐든지 할 수 있어”라고 맞장구를 친다. 이에 트럼프는 다시 한번 “XX를 움켜쥐고, 어떤 것도 할 수 있어”라며 허풍을 떤다.

트럼프의 이번 발언은 심각하게 저속한 용어까지 사용하며 여성을 비하한데다, 트럼프가 여성을 성적 도구로만 생각하는 것처럼 비춰져 후폭풍이 심상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 언론들은 “트럼프의 종말을 알리는 사건”이라며 이번 대선의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우선, 최근 잇딴 여성 비하 발언으로 가뜩이나 트럼프 지지를 주저하고 있는 공화당 성향의 백인 여성들을 비롯해 여성 유권자들의 이탈이 가속화될 수 있다. 게다가 보수적인 가치관을 지니고 있으면서 공화당 지지층의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복음주의 기독교인들도 트럼프에 대한 지지 철회를 고려할 수 있다. 지난달 26일 1차 텔레비전 토론 이후 클린턴한테 고전을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 표의 확장을 해도 모자란 판에, 전통적 집토끼마저 흔들릴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이틀 뒤인 9일(현지시각)에는 텔레비전 2차 토론이 열린다. 클린턴한테 먹잇감을 던져준 꼴이다. 트럼프가 이번 사건을 피해 나갈 방법이 마땅치 않다.

이런 파괴력을 의식한 듯, 온갖 막말 논란에도 사과를 하지 않던 트럼프는 이날 즉각 성명을 통해 “누군가 상처를 받았다면 사과한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탈의실에서 주고받는 그런 농담이고, 오래 전에 있었던 사적 대화다. (힐러리의 남편인) 빌 클린턴은 골프장에서 내게 훨씬 심한 말도 했고, 나는 거기에 미치지도 못한다”며 이렇게 밝혔다. 어찌됐든 트럼프가 ‘사과한다’(Apologize)라는 말을 쓴 것은 거의 처음이다.

클린턴은 이날 트윗을 통해 “끔찍한 일이다. 이런 사람이 대통령이 되게 할 수는 없다”고 비판했다.

공화당 내 움직임도 주요 관심거리다. 트럼프의 적극적 지지자인 레인스 프리버스 공화당전국위원회 의장은 이날 성명에서 “어떤 여성도 이런 식으로 거론되거나 이런 용어로 묘사돼서는 절대 안된다”며 트럼프를 비판했다. 미국 대선과 동시에 치러지는 상원의원 일부 및 하원의원 선거에서도 공화당 후보들이 상당한 고전을 하며, 트럼프와 적극적인 거리두기에 나설 수 있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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