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 맨해튼 거리의 철제 쓰레기수거통 안에서 사제폭발물로 추정되는 폭발물이 터져 29명이 다친 17일 밤 (현지시각) 경찰이 폭발 현장을 조사하고 있다. 사진 왼쪽 아래는 폭발 현장에서 네 블록 떨어진 도로에서 발견된 압력솥 폭발장치로, 솥에 휴대전화가 전선으로 연결돼 있다. 뉴욕/EPA 연합뉴스, 시엔엔(CNN) 트위터 갈무리
“귀청 터질 듯 어마어마한 굉음”
외로운 늑대 ‘보스턴 테러’ 연상
당국, IS와 연관성 여부 조사
테러 판명땐 트럼프 대선 유리
외로운 늑대 ‘보스턴 테러’ 연상
당국, IS와 연관성 여부 조사
테러 판명땐 트럼프 대선 유리
17일(현지시각) 여유롭게 주말 밤을 보내던 뉴욕 시민들은 맨해튼 첼시 지역에서 발생한 폭발로 또다시 테러의 공포에 떨었다. 맨해튼에는 2001년 9·11 테러로 무너진 세계무역센터 쌍둥이 빌딩 현장인 ‘그라운드 제로’가 있다. 더욱이 9·11 테러 15주기 추도식을 치른 지 채 1주일이 지나지 않아 뉴욕 한복판에서 폭발물이 터져 미국 전역으로 테러 공포가 번졌다.
폭발 현장 인근의 아파트에서 산다는 다닐로 가브리엘리(50)는 “집에서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는데, 아파트 빌딩이 흔들릴 정도로 어마어마한 폭발음이 들렸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는 “창문을 열어보니 무언가 타는 냄새가 강하게 났고, 크지도 작지도 않은 금속 파편들이 보였다”고 했다. 콜로라도에서 온 루크 매코널은 <뉴욕 타임스>에 “귀청이 터질 듯한 큰 굉음을 들었다. 하얀 연기 구름이 솟았다. 화재는 없었다”고 전했다. 폭발 충격으로 근처 5층짜리 갈색 벽돌 건물의 유리창이 깨졌으며, 파편들이 길거리로 떨어졌다.
폭발이 발생한 웨스트 23번 도로는 식당이 몰려 있는 곳이며,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첼시 마켓’에서도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다. 특히 이날은 주말인 토요일이라 인파가 적지 않았다. 부상자들은 대부분 쓰레기수거통 파편에 다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폭발 사건을 일으켰다고 주장하는 단체는 아직 없다. 빌 더블라지오 뉴욕 시장은 ‘테러리즘과 연관된 증거는 알지 못한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의 발언에는 시민들의 공포를 진정시키려는 의도도 있어 보인다. 당국의 수사를 통해 이슬람국가(IS)나 알카에다 등 국제 테러리즘과의 연루 여부가 확인될 것이지만, 폭발이 발생한 23번 도로에서 네 블록 떨어진 27번 도로에서 발견된 ‘압력솥 폭발장치’는 이번 사건을 ‘외로운 늑대’ 형의 자생적 테러리스트가 저질렀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2013년 4월 보스턴 마라톤 테러 당시 극단주의 이념에 빠진 체첸 출신 무슬림인 차르나예프 형제는 압력솥에 못을 가득 넣어 폭발시켰다. 이로 인해 3명이 숨지고 260여명이 다쳤다. 압력솥 폭발장치는 알카에다 교본에 나와 있을 정도로 이슬람주의 세력이 자주 사용하지만, 인터넷을 통해서도 사용법을 쉽게 알 수 있다.
뉴욕 한복판에서 다중을 겨냥한 테러로 보이는 사건은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후보는 그동안 무슬림에 대한 사상 심사와 입국 금지 등 강경한 이민정책을 통해 미국 내 테러를 막겠다고 공언해왔다.
이날 콜로라도에서 선거 유세를 마친 뒤 전용기에 탑승한 트럼프 후보는 뉴욕의 폭발 소식을 들은 뒤 “뉴욕에서 폭탄이 터졌고, 아직 아무도 원인을 모르고 있다”며 “우리는 강인하고 현명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는 “정확한 정보를 얻은 후 결론을 내리도록 기다리는 것이 더 현명하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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