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후견국’ 러시아, 유엔 안보리 소집 등 강력 반발
미 “IS 공습 과정서 시리아군 공격 가능성”…유감 표명
트럼프, 오바마 행정부 대외정책 공세 강화할 듯
미 “IS 공습 과정서 시리아군 공격 가능성”…유감 표명
트럼프, 오바마 행정부 대외정책 공세 강화할 듯
시리아 내전에 참가하고 있는 미국 주도의 연합군이 17일(현지시각) 시리아 육군 기지를 폭격했다. 미국 정부는 오폭일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시리아 정부에 유감의 뜻을 전달했지만,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을 지원하고 있는 러시아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긴급회의 소집을 요구하는 등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에이피>(AP) 통신 등은 이날 시리아군 성명을 인용해, 미국이 주도하는 연합군 전투기들이 이날 오후 5시 이슬람국가(IS)에 포위돼 있던 시리아 동부 ‘데이르 에조르’ 공항 남서쪽 ‘자발 테르데’ 지역에 위치한 시리아 육군 기지를 공습했다고 밝혔다. 시리아군은 이번 공습으로 이슬람국가가 인근까지 진격해 이 지역을 점령할 수 있게 됐다고 항의했다.
연합군은 이날 두대의 F-16 전투기와 2대의 A-10기로 육군기지를 공격했으며, 러시아 국방부는 최소한 62명의 시리아군이 사망하고 100여명 이상이 부상을 입었다는 통보를 시리아로부터 받았다고 전했다.
미 중부사령부는 성명을 통해 “연합군 관리들이 러시아 관리들로부터 표적이 된 병력과 차량이 시리아군의 일부일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통지받은 즉시 공습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애초 미군은 이슬람국가를 겨냥한 공습 과정에서 의도하지 않게 시리아군을 공격했을지도 모른다고 밝혔다. 하지만 갈수록 공습과정의 실수가 드러나면서, 유감을 전달하는 쪽으로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미 관리들은 러시아를 통해 이런 의사를 시리아 쪽에 전달했다고 덧붙였다.
시리아 정부를 ‘후견하고’ 있는 러시아의 마리아 자하로바 외무부 대변인은 “유엔 주재 러시아 대사에게 유엔안보리 긴급 회의를 소집하도록 했다”며 “우리는 미국에 완전하고 상세한 설명을 요구하며, 이는 유엔안보리 전에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미국 정부가 실수를 인정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지만, 반군을 지원하는 미국과 아사드 정권을 지원하는 러시아가 어렵게 휴전협정에 합의한 직후여서, 불안한 휴전이 계속 지속될 수 있을지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미국은 이라크와 시리아에서의 이슬람국가 격퇴를 위해 지난 2년 동안 현지에서 공습을 벌였으며, 시리아의 서방 연합군이 시리아군 기지를 공격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아울러, 도널드 트럼프 미 공화당 대선후보가 시리아 오폭을 빌미로 오바마 행정부에 대한 정치적 공세를 강화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 보인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yyi@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