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가족과 함께 워싱턴 인근 매서추세츠 주로 여름 휴가를 떠나기 직전 미국 해병의 한 장교가 핵무기 발사 암호가 담긴 가방을 들고 운반하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핵 선제 불사용’ 원칙을 선언함으로써 수십년동안 지속돼 온 미국 핵정책을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나, 내부 고위 관료들의 반발과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들의 반대에 부딪힌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12일(현지시각) 오바마 대통령이 ‘핵없는 세상’의 실현 차원에서 어떠한 무력 충돌이 발생해도 미국이 먼저 핵무기로 상대국을 공격하지 않겠다는 ‘핵 선제 불사용’ 선언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지난달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회의 석상에서 논의됐는데, 반대론이 비등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이 자리에서 존 케리 국무장관은 미국의 ‘핵 3원 체제’에 의존하고 있는 동맹국들의 우려를 제기했다. ‘핵 3원 체제’란 미국의 3대 핵 전력인 전략폭격기, 대륙간탄도미사일, 핵잠수함 등을 일컫는 것으로, 통상적으로 ‘핵우산’으로 불린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동맹국들의 입장을 잘 아는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핵 선제 불사용’에 반대하는 미국의 동맹으로 한국을 비롯해, 일본 영국 프랑스 독일 등을 들었다. 한국 정부의 ‘핵 선제 불사용’ 반대 입장은 북한의 대규모 재래식 공격이나 생물무기 사용 가능성에 대한 보복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핵 선제 불사용’이 한·미에 대한 북한의 위협인식을 줄여 국면 전환의 상당한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한국 정부가 지나치게 소극적 입장을 취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신문은 애슈턴 카터 국방장관도 북한 핵 문제와 유럽에서 러시아의 공세적 행동들을 예로 들며 ‘핵 선제 불사용’이 미국의 억지력에 대한 동맹국들의 불안을 초래할 위험성이 있으며, 동맹국 중 일부는 독자적으로 핵개발 프로그램을 추구할 수 있다는 논리로 반대했다고 보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2010년 4월에 발표한 핵 전략 지침인 ‘핵태세점검 보고서’에서도 ‘핵 선제 불사용’을 명시하려 했으나 행정부 안팎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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