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미사일 명목으로 사드 배치 안돼” 반영 요구
청와대가 ‘본말전도’라고 중국 비판한 다음날 수정안 돌려
미국 “북에 잘못된 메시지 줄 것”…성명 포기
청와대가 ‘본말전도’라고 중국 비판한 다음날 수정안 돌려
미국 “북에 잘못된 메시지 줄 것”…성명 포기
미국과 중국이 유엔 무대에서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의 한국 배치를 놓고 대립해, 북한의 노동미사일로 추정되는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한 성명이 채택되지 못했다. 중국이 국제무대인 유엔에서 대북 성명 채택의 반대 논리로 사드 배치를 거론한 것은 이례적이다.
복수의 유엔 소식통은 9일(현지시각)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북한의 지난 3일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한 규탄 성명을 채택하는 과정에서 중국이 ‘사드 반대’를 넣자고 요구했다”며 “이에 따라 미국 정부가 이날 더이상의 성명 채택 추진을 포기했다”고 밝혔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직후 3일 열린 안보리 긴급회의에선 중국은 사드를 거론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미국이 이전의 언론성명과 거의 동일한 수준에서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가 안보리 결의를 위반했다고 비난하는 내용의 초안을 공개한 뒤 상황이 달라졌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10일 “중국이 (안보리 언론성명에 사드 반대를 넣자는) 수정안을 돌린 시점은 현지시각 월요일(8일)”이라고 말했다. ‘본국 훈령이 없다’며 기다려 달라던 중국이 ‘사드 반대’를 담은 자국 수정안을 내놓은 시점은, 공교롭게도 김성우 청와대 홍보수석이 사드 배치 관련 중국 쪽 반응을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고 정면 공박한 다음 날이다.
이와 관련해 미국 언론들은 중국이 미국의 초안에 맞서 “모든 관련 당사국들이 긴장을 고조시키거나 상호 도발적 행동을 유도할 수 있는 어떤 조처도 피해야 한다. 북한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의 위협에 대처한다는 명목으로 동북아시아에 어떤 새로운 요격미사일 기지도 배치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을 담은 초안을 역제안했다고 전했다. ‘동북아시아의 새로운 요격미사일 기지’란 사드를 지칭하는 것이다. 사드 배치가 동북아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다는 중국 쪽 인식이 담겨 있다.
미국 쪽은 이에 대해 “북한의 명백하고 반복되는 탄도미사일 위협으로부터 관련 국가를 보호하기 위해 취한 순전히 방어적인 조처를 비난하는 것은 명백하게 부적절할 뿐 아니라 북한에 완전히 잘못된 메시지를 줄 것”이라며 반발하는 내용의 이메일을 돌린 뒤, 성명 채택을 포기했다. 안보리가 의장성명이나 언론성명을 채택하려면 15개 이사국의 동의가 필요하지만 중국의 반발이 거세 채택이 힘들다고 봤기 때문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중국은 미국 초안의 가장 중요한 부분인 북한의 탄도미사일 강력 규탄과 심각한 우려 표명, 유엔 안보리 결의 2270호 등 관련 결의의 중대한 위반 행위로서 결의의 완전하고도 절저한 준수 촉구 등의 문안에는 반대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중국이 유엔에서도 사드 배치를 문제삼으며 대북 규탄 성명 채택에 반대한 것에 비춰볼 때, 중국이 앞으로 안보리 대북 제재 이행을 전략적으로 완화하고 북-중 관계 개선을 적극적으로 시도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또한 한국 및 미국과의 양자 외교에서뿐 아니라, 유엔과 같은 다자 국제무대에서도 사드 배치가 동북아 긴장을 고조시킨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알리며 여론전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이제훈 기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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