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현지시각)부터 나흘 동안 미국 공화당 전당대회가 열리는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서 17일 도널드 트럼프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지구에 평화를’이라고 쓴 팻말을 들고 자전거로 벽을 친 경찰 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다. 클리블랜드/EPA 연합뉴스
미국 공화당 전당대회(전대)를 하루 앞둔 17일, 루이지애나주 배턴 루지에서 벌어진 경찰관 3명 피격 사건은 ‘총기’와 ‘폭력’에 가뜩이나 예민해 있던 클리블랜드를 바짝 얼어붙게 만들었다.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선 18일부터 나흘 동안 도널드 트럼프를 공식 대선후보로 지명하는 ‘공화당 축제’가 열리지만, 총기 소유 허용에 각종 시위들까지 예정돼 있어 긴장감이 흐르던 터였다.
이날 클리블랜드 시내 중심가 윌러드공원 근처에는 군복을 입은 주 방위군과 시 경찰, 주 고속도로 경찰, 기마 경찰 등이 겹겹이 삼엄한 경비를 펼치고 있었다. 윌러드공원은 전대가 열리는 농구경기장 ‘퀴큰론스 아레나’에선 걸어서 10분 거리, 프레스센터와는 2~3분 거리에 위치해 있어 시위대들이 자신들의 주장을 효과적으로 알리는 최적의 시위 장소로 떠오른 곳이다.
퀴큰론스 아레나 주변 1.7마일(2.73㎞)의 ‘전대 구역’에서도 총기 소유가 허용된데다, 프랑스 니스 테러와 배턴 루지 경찰 피격 사망소식까지 이어지면서 클리블랜드 시 경찰 노동조합은 이날 존 케이식 오하이오 주지사에게 전당대회 기간 동안 만이라도 총기 소유를 금지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오하이오 주법은 공식적으로 총기 소유를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케이식 주지사는 대변인을 통해 “경찰관에 대한 공격을 다시 목격하게 돼 슬픔을 금할 수 없다”면서도 “주지사가 주 법률을 자의적으로 중단시킬 수는 없다”고 밝혔다.
해안경비대와 주 방위군 투입뿐 아니라 이날 오후부터는 클리블랜드 상공에 대한 비행금지 조처도 내려졌다. 시내 곳곳엔 철제 펜스와 콘크리트 차단벽이 설치됐으며, 전대장이나 프레스센터에 가기 위해선 2~3중의 검문검색을 통과해야 했다. 1968년 반전시위가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 이후로 가장 강화된 경계라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 금요일과 토요일 절정에 이르렀던 ‘트럼프 저지’ 시위대는 이날은 일요일인 탓인지 비교적 소강상태를 보였다. 그러나 이날 오후 200여명의 젊은이들이 시내 중심가에서 출발해 윌러드공원까지 “미국은 결코 위대한 적이 없다”,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 “인민이 단결하면 결코 패배하지 않는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반 트럼프’ 행진을 벌였다.
‘911 긴급의료서비스팀’이 충돌 등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공원 한쪽에서 대기하고 있었지만, 다행히 불상사는 없었다. 폭력적 시위가 벌어질 경우 적극적으로 개입해 비폭력 평화적 시위로 바꾸는 활동을 해온 비영리단체 ‘메타 피스 팀’의 현장활동가 엘리콧 애덤스는 “폭력 사태 없이 시위가 잘 끝나서 다행”이라며 웃음을 지어보였다. 애덤스는 “미시건과 워싱턴에서 20여명이 클리블랜드로 왔다. 전당대회가 끝날 때까지 머무를 예정”이라며 “나에게 분노를 쏟아내라며 그들의 말을 들어주면 대부분 진정된다”고 말했다.
클리블랜드의 불안한 치안이 언론에 계속 부각되는 게 신경이 쓰이는 듯 자신의 이름을 에버레트라고 소개한 한 시민은 “클리블랜드가 그렇게 위험한 도시는 아니다. 걱정말고 마음껏 즐기라”며 안심을 시켜주기도 했다. 경찰들도 긴장된 표정으로 삼엄한 경비를 서다가도 방문객들의 사진 촬영 요청에 친절히 응대하며 외부인들의 불안감을 해소시키려 애를 썼다.
클리블랜드/이용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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