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도어 포스톨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명예교수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한국 배치 발표 소식에 “정책 선택으로 생길 수 있는 여러 가능성 가운데 최악의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한·미 정부의) 이번 결정에 정말로 유감”이라고 비판했다.
매사추세츠공대 물리학 박사 출신으로 미 해군참모총장 수석자문관을 지낸 포스톨 교수는 미 국방부와 국립 핵연구소, 의회, 학계 등에서 30년 이상 미사일방어(MD·엠디) 체계를 연구해온 이 분야의 저명한 전문가다. 그는 사드 배치가 군사안보적으로 한국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으며, 아울러 미국도 이에 따른 동맹국들의 ‘신뢰의 위기’를 겪을 것이라고 일관되게 주장해왔다.
포스톨 교수는 8일과 9일(현지시각) 수차례에 걸친 <한겨레>와의 전자우편 및 전화 인터뷰를 통해 “한국 방위에 대한 사드의 기여는 미미하고, 또한 사드 레이더가 미국 본토의 미사일 방어 능력을 실질적으로 거의 증대시키지도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포스톨 교수는 사드 레이더가 기술적으로 실제 탄두와 기만탄을 근본적으로 구분할 수 없어 공격 미사일에 대한 요격이 어렵고, 북한의 경우에도 노동미사일 몸체를 자폭시켜 수많은 조각으로 만들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하고 있어 요격미사일 발사 전에 레이더가 실제 탄두와 파편을 구분할 수 없다고 밝혀왔다.(<한겨레> 2016년 2월12일치 참조)
포스톨 교수는 한·미에 대한 사드 배치의 군사적 효용성은 거의 없는 반면 “한·미와 중국 사이에 중대한 정치적 긴장 고조만 야기할 것”이라며 “중국 정치 지도자들이 사드 배치를 자신들에 대한 심각한 도발로 인식하고 적절한 군사적 대응을 결정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두 가지 가능성을 제시했다.
그는 가장 가능성이 높은 중국의 군사적 대응 조처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탑재할 수 있는 핵탄두의 수를 현재 수준보다 더 증가시키는 것”이라며 “이러한 대응들이 미국 정치 지도자들을 겨냥한 직접적인 정치적 표현이 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중국의 두번째 군사적 조처로 “한국을 겨냥해 핵무장한 단거리 탄도미사일 수를 증가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이 자신들의 미사일 움직임 정보를 파악하는 한국의 사드 레이더를 목표물로 설정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는 이어 “중국이 ‘미-중 간에 교전이 발생하면 핵무기로 (한국 배치) 사드 레이더를 공격할 것’이라고 천명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이 군사적 조처의 관점에서 이런 메시지들을 미국 정부에 보낼 수 있지만”, “사드 배치에 따른 정치적 비용이 더 실질적이며 상당히 우려된다”고 했다. 미-중 양쪽의 정치적 긴장과 도발적 행위들이 증가하면 “우발적 사건들이 전쟁이나 국지적인 군사적 충돌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가능성도 그만큼 증가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사드 배치 반대에 한목소리를 내온 중국과 러시아의 군사적 협력 가능성에 대해 포스톨 교수는 “러시아가 첨단 탄도미사일 대항 조처를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기꺼이 그런 기술을 중국에 양도할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다”면서도 “러시아가 대항 조처를 구축하는 (이론적) 분석을 중국에 지원할 가능성은 아주 높아 보인다”고 내다봤다.
또 포스톨 교수는 “동북아에서 이미 군비 경쟁이 진행 중”이라며 사드 배치가 이를 촉진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중국은 재래식 군사적 능력을 확대하고 있고, 미국은 남중국해 등에서 중국의 군사적 영향력 증가를 거부하고 있다”며 “지금까지 이러한 군비 경쟁이 중국 쪽에서든 미국 쪽에서든 잘 관리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이처럼 이미 심각한 군비 경쟁이 존재하는 가운데 중국이 사드의 한국 배치를 미국의 중대한 군사적 도발로 간주할 것”이라고 밝혔다.
포스톨 교수는 한국의 사드 배치가 “중국과 러시아를 직접 겨냥하는 모습을 하고 있는 미국의 활동에 한국이 동참하는 정치적 역할을 한다는 것”이라며 “한국의 정치적 역할이 미국과 중·러 간에 긴장이 고조되면 예기치 못한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사드 배치가 미국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많은 국가 지도자들에게 “상대국의 국가계획 목적에 맞춰 미국의 정책 입장이 정해지지는 않는다”는 믿음을 심어줄 것이기 때문이다.
포스톨 교수는 사드의 한국 배치 문제점을 비롯해 미국 정부가 추진해온 이른바 ‘미사일 방어 시스템’의 문제점을 과학적·기술적으로 날카롭게 지적해왔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오는 9월 미국과학자연합(FAS)으로부터 ‘리처드 가윈’ 상을 받는다.
그는 지난 2월 만장일치로 수상 소식이 결정된 뒤 <한겨레>에 보낸 소감문을 통해 “그동안 농담 삼아 친구들한테 ‘관습적이고 신성시되는 지혜로 여겨지는 것에 대해 진실을 얘기할 무모함을 갖고 있다면, 그것 때문에 아무리 벌을 받는다고 해도 놀라서는 안 된다’고 얘기해왔다”고 말한 바 있다. 그만큼 과학과 진실에 입각해 학문적 소신을 밝혀왔다는 뜻이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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