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에 있는 주미 대한제국 공사관 건물의 복원공사 과정에서 120년 전 공사관의 활동상을 담은 ‘타임캡슐'이 발견됐다. 공사관 건물 2층 벽난로 해체 과정 중 발견된 자료는 엽서와 명함. 전시회 및 결혼식 초청장, 크리스마스·신년 카드, 성경학교 초대장 등 총 15점이다. 사진은 앨리스 루즈벨트의 결혼식 초대장 뒷면.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제공=연합뉴스
내년 상반기 개관을 목표로 현재 복원공사가 진행 중인 미국 워싱턴의 주미 대한제국 공사관 건물에서 전시회 초대장과 엽서, 명함 등 15점의 자료가 발견됐다.
오수동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사무총장은 7일 워싱턴에서 특파원 간담회를 통해 이같이 밝힌 뒤 “자료가 2층 벽난로 상판과 벽 사이에 끼어 있었다. 찢어서 벽난로에서 소각하려 했던 것 같다”고 밝혔다.
15점 자료 중에는 1892년 워싱턴에서 개최된 화가 조지 로버트 브뤼네의 전시회 초대장이 들어있다. 이 초대장과 이듬해 촬영된 공사관 1층 객당을 촬영한 사진 속에 등장하는 서양화 2점의 화풍이 매우 비슷해 브뤼네의 작품을 공사관에서 입수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재단은 설명했다. 브뤼네는 미국을 주 무대로 활동한 캐나다 출신 풍경화가로 알려져 있다.
시어도어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의 딸이 공사관에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결혼식 피로연 초청장도 들어있다. 루스벨트의 딸 앨리스는 1906년 2월 결혼했는데, 당시 을사늑약으로 대한제국의 외교관이 강탈돼 공관에서 철수하기 직전 상황이어서, 공관 관계자들이 피로연에 참석했지는 불확실하다. 이밖에도 미국 여성화가 에디스 하워스(1878∼1953)가 직접 그려 보낸 크리스마스 및 신년 카드, 지금은 철거되고 사라진 버지니아 주 소재 댄빌 군사학교 전경이 그려진 엽서 등도 함께 발견됐다.
주미 대한제국 공사관은 지난해 10월부터 복원공사 중이며, 내년 상반기에 박물관의 모습으로 일반에 공개될 예정이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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