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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김정은 첫 대북 제재 명단에…오바마 초강경 대응 왜?

등록 2016-07-07 16:03수정 2016-07-07 21:49

외교적 해법 차단...오바마 임기내 ’북미관계 개선’ 물건너가
실무자 10여명에서 김정은 포함으로 기조 바뀌어
무수단 발사 로 인해...미 의회 등 대북 강경 분위기 반영
북 어떤 형태든 대응할 것...한미 연합훈련 등과 맞물려 동북아 긴장 고조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노동당 제7차 대회 사흘째인 지난 5월8일 핵·경제 병진노선을 관철할 것을 주문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노동당 제7차 대회 사흘째인 지난 5월8일 핵·경제 병진노선을 관철할 것을 주문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연합뉴스
미국 정부가 6일(현지시각)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겸 국무위원장을 첫 제재대상으로 지정했다. 전례없는 ‘초강수’다. 최고지도자에 대한 북한 체제의 민감성을 고려할 때 북한의 강한 반발과 이에 따른 정세 불안정을 불러올 수 있음에도 이를 강행했기 때문이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기간 북-미 관계가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넌 것은 물론, 차기 미 행정부에도 적지 않은 부담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미 국무부는 지난 2월 의회를 통과한 대북제재강화법에 따라 ‘북한 인권침해 및 검열 보고서’를 이날 의회에 제출했으며, 재무부는 이를 근거로 김정은 위원장을 비롯한 개인 15명과 기관 8곳을 제재 명단으로 발표했다. 애덤 주빈 미 재무부 테러·금융정보담당 차관대행은 이날 김정은 위원장을 제재 대상에 올린 이유에 대해 “김정은 아래에서, 북한은 수백만 주민들에게 초법적 처형과 강제노동, 고문 등 견딜수 없는 잔혹함과 고난을 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 외에 리용무 전 국방위 부위원장과 오극렬 전 국방위 부위원장, 황병서 국무위 부위원장 등과 같은 고위급은 물론, 강성남 국가안전보위부 3국장, 최창봉 인민조사부 조사국장, 리성철 인민보안부 참사 등 중간 관리 및 실무자급도 대거 포함됐다. 이와 관련해 존 커비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성명에서 “강제수용소 관리자들과 경비, 심문자들, 탈북자 체포조 등 북한에서 인권유린에 책임이 있는 모든 정부 관리들에게 이런 행태를 바꾸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목적이 있다”고 밝혔다. 이는 북한이 붕괴했을 때 국제법 기준에 따라 책임자들을 처벌할 수 있다는 경고를 보내겠다는 것이다.

이번 제재 발표는 이례적인 초강경 대응이다. 일반적으로 제3국의 최고지도자를 겨냥한 제재는, 아무리 상징적 수준일지라도 외교적 해법에 대한 희망이 거의 없다고 판단할 때 이뤄진다. 시리아의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 벨라루스의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 리비아의 전 최고지도자 무아마르 가다피, , 짐바브웨의 로버트 무가베 대통령 등에 대한 미국 제재가 대표적이다. 미국이 북한과 대외관계 개선으로 가는 다리를 끊었다고 볼 수 있는 셈이다.

이번 조처는 기본적으론 지난 2월 의회를 통과한 대북제재강화법에 따라 이뤄졌다. 그러나 실제 행정 효력을 발휘하는 제재 명단은 재무부가 고시하도록 돼 있어, 오바마 행정부가 제재 명단 발표를 무기한 연기할 수도 있었다. 이날 국무부 보고서와 재무부의 제재 명단이 동시에 발표된 것은, 향후 정세에 대한 고려없이 대북 압박을 강화하겠다는 기조를 보여주는 것이다.

미 행정부의 이런 강경 기조에는 두 가지 요소가 고려된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지난달 말 발사된 북한의 무수단 미사일 발사가 기술적으로 향상되면서 미국 정부 안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졌다. 무수단 미사일이 직접적으로 주일 미군기지와 괌을 타격권 안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또 존 케리 국무장관이 의회와의 관계를 고려해 김정은 위원장을 포함시킬 것을 강력히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에 대한 강경한 의회 분위기를 맞춰주기 위해선 ‘김정은 포함’이 불가피하다는 정무적 판단을 한 것이다.

미국의 이번 조처가 실질적인 제재 효과를 겨냥한 건 아니다. 제재 대상에 오르면 미국 입국 금지와 더불어, 미국 내 자금 동결 및 거래 중단 등의 조처가 취해진다. 김정은 위원장 등을 제재 명단에 오른 인사들에게 실질적 고통을 주기는 어렵다. 또 미국 정부 당국자들도 전화회견을 통해 이번 제재로 북한이 인권 개선을 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점도 인정한다. 다만 대선을 앞두고 있는 미국의 대내정치적 이유와 국제사회에 미국의 의지를 보여주는 한편, 김정은 개인에 대한 평판 깎아내리기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미국이 이를 통해 얻는 외교적 소득에 비해 손실이 더 커보인다. 무엇보다 인권과 정치적 사안을 분리한다는 미국의 오래된 외교적 전통이 깨졌다. 북한을 압박하기 위해 오바마 행정부가 ‘인권’을 도구로 사용한다는 사실을 공개적으로 인정한 것이나 다름없다. 미 행정부 고위관계자도 이날 기자들과의 전화회견에서 “오늘 조처는 (핵문제와는) 서로 다른 별개의 노력”이라면서도 “장기적으로는 (인권과 핵문제) 두 노력은 효과를 서로 강화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미국 차기 행정부가 들어서도 북-미 관계를 복원하려면 이번 조처가 부메랑으로 작용해 상당한 난관이 예상된다. 북한은 관계 개선을 위해선 적대시 정책 철회의 하나로 이번 조처를 거론할 것이 거의 확실하다. 하지만 제재를 하는 것은 쉽지만, 제재를 해제하는 건 미 의회 등 북한에 대해 부정적인 여론을 감안할 때 상당히 까다울 것이다.

단기적으로 한반도 및 동북아 정세의 긴장도 고조될 수 있다. 지난 2014년 북한인권 상황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하라고 권고하는 내용의 북한 인권 결의안이 유엔 총회 등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북한은 ‘9·19 공동성명 무효화 선언’이나 핵실험까지 거론하며 상당히 공세적으로 대응했다. 북한이 이번에도 어떤 형태로든 맞대응을 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

게다가, 다음달에는 한미연합 군사훈련이 예정돼 있고,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공식 발표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가뜩이나 얼어붙은 북-미 관계가 더욱 냉각되는 것은 물론, 중국과 러시아의 사드 배치 반발 등까지 겹쳐지면 동북아 정세는 또한차례 풍랑에 휩싸일 수 있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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