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미 연방대법원의 ‘이민개혁 행정명령’에 대한 판결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워싱턴/UPI 연합뉴스
미국 연방대법원이 23일(현지시각)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야심차게 추진했던 ‘이민개혁 행정명령’에 제동을 걸었다. 이민개혁 행정명령은 400만여명으로 추산되는 불법 체류자(미등록 이민자)의 추방을 유예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올해 대선에서도 이 문제가 뜨거운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초 앤터닌 스캘리아 대법관의 사망으로 8명으로 구성된 미 연방대법원은 이날 오바마 대통령의 행정명령을 권한 남용이라고 본 항소심 판결에 대해 찬성 4명, 반대 4명의 결정을 내렸다. 찬반이 동수일 경우 하급심 판결이 그대로 유지된다. 앞서, 텍사스 등 26개 주는 오바마 대통령의 2014년 이민개혁 행정명령 취소 소송을 제기했으며, 항소심이 26개 주의 손을 들어주자 오바마 행정부는 이에 반발해 대법원에 상고한 바 있다.
이번 결정으로 당장 이민개혁 행정명령의 수혜를 받을 것으로 예상됐던 400만명에 이르는 미등록 이민자들의 신분이 불안정하게 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행정명령을 발동하면서, 5년 이상 미국에 체류하면서 중범죄를 저지르지 않았거나, 미국 시민 등과 합법적으로 가족적 유대가 있는 이들에게 취업허가를 받을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판결과 관련해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곳에서 삶을 영위하는 수백만 이민자들, 여기서 가족을 부양하는 사람들, 여기서 일자리를 찾고 군복무를 하고 싶어하며 미국에 좀더 기여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찢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워싱턴 포스트>는 “오바마 대통령 임기 중 가장 큰 법적 패배로 기록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2월 메릭 갈런드 워싱턴 연방순회항소법원장을 새로운 연방 대법관으로 지명했지만, 공화당은 대선 전까지는 청문회도 열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아울러, 대법원의 이번 결정으로 ‘이민개혁’이 오는 11월 대선 과정에서 더 첨예한 이슈로 떠오를 가능성이 커졌다. 민주당의 사실상 대선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대법원의) 4 대 4의 결정을 수용할 수 없다”며 오바마 대통령을 옹호했지만, 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는 “오늘 결정은 대통령이 추진하는 역대 가장 불법적인 행동의 하나에 제동을 건 것”이라고 환영했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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