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사실상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도널드 트럼프를 반대하며 미국 뉴욕에서 열린 시위에 참석한 한 시민이 손팻말을 들어보이고 있다. 뉴욕/AFP 연합뉴스
미국 민주 및 공화당의 사실상 대선 후보로 각각 확정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도널드 트럼프 쪽의 상호 비방전이 점점 가열되고 있다. 오는 11월7일 본선이 다가오면서 정책 경쟁은 실종된 채 상대방의 약점과 근거 없는 비방이 난무하는 ‘저질 선거전’이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클린턴은 21일, 3대 ‘스윙스테이트’(경합주)에 속하는 오하이오주 콜럼버스의 대안 고교에서 본선을 겨냥한 첫 경제 관련 연설을 했지만, 최저임금이나 중산층 보호 등에 대한 구체적인 정책 대안은 제시하지 않은 채 트럼프 공격에 집중했다. 클린턴은 45분가량의 연설에서 “트럼프는 자신의 회사를 한 번, 두 번도 아니라 네 번 파산시켰다. 몇백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주주들은 전멸했다”며 “자신의 회사를 네 차례 파산에 이르게 한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 미국은 다시 경기침체에 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가 운영에 실패한 카지노들처럼 미국을 파산시키도록 내버려 둘 수 없다”며 “그가 (군 통수권자로) 핵단추에 손가락을 올려놓아선 안 되는 것처럼, 우리 경제 위에 손을 올려놓아서도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에 맞서 트럼프도 이날 뉴욕에서 복음주의 기독교 지도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클린턴은 기독교를 파멸시키고 있는 지도자 중 한 명”이라며 “그의 종교에 대해 우리가 아는 게 아무것도 없다”고 ‘흑색선전’을 하다시피 했다. 클린턴은 기독교 신앙을 강하게 드러내지는 않지만, 오래전부터 감리교 신자라고 밝혀왔다.
한편, <시엔엔>(CNN)과 여론조사기관인 오아르시(ORC)가 최근 성인 1001명을 대상으로 전화조사를 해 이날 공개한 결과를 보면, 클린턴이 전국 지지율에서 47% 대 42%로, 트럼프에게 5%포인트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퀴니피액 대학이 경합주인 플로리다와 오하이오, 펜실베이니아에 대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클린턴의 상승세가 뚜렷했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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