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전략경제대화 6일 개막
북 압박 겨냥 화웨이 조사 등 공세
남중국해 암초 매립공사 놓고는
“고립의 만리장성 쌓아” 맹비난
오바마 임기말 극한대결보다
양자투자협정 체결 등 압박 속셈
북 압박 겨냥 화웨이 조사 등 공세
남중국해 암초 매립공사 놓고는
“고립의 만리장성 쌓아” 맹비난
오바마 임기말 극한대결보다
양자투자협정 체결 등 압박 속셈
미국과 중국이 오는 6일 전략·경제대화를 앞둔 상황에서, 미국이 중국을 상대로 파상공세를 펼치고 중국은 이를 방어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북한·남중국해 문제 등 안보 영역에서의 상호 전략적 불신이 근본 원인이지만, 통상·경제 분야에서 최대한 실익을 챙기려는 미국의 의도도 깔려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은 중국의 약한 고리인 대북제재 분야에서 잇딴 선공을 날리고 있다. 대니얼 러셀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지난 31일(현지시각) “미-중이 논의할 것 중의 하나는 국제적인 토대 위에서 만들어진 대북 압력을 끌어올려 우리가 원하는 성과를 만들어내는 것”이라며 중국을 압박할 것임을 예고한 바 있다.
이런 발언이 있은 지 하루 만에 미국은 1일 북한을 주요 자금세탁 우려 대상국으로 지정해,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의 금융기관도 제재를 가할 수 있음을 경고했다. 실질적으로 중국의 금융기관들을 겨냥한 것이다.
다음날인 2일에는 미 상무부가 중국의 대표적 전자·통신장비 업체인 화웨이를 상대로 북한을 포함한 제재 대상국에 수출한 물품 목록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리수용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의 면담 등으로 북한과 관계 회복을 모색하는 중국에 강력한 견제구를 날린 셈이다. 중국은 유엔 대북 제재 결의를 넘어서는 미국 혹은 중국의 독자 제재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대응인 셈이다.
남중국해 문제를 놓고도 양쪽의 거친 설전이 이어지고 있다. 카터 미 국방장관은 4일 샹그릴라 대화 연설에서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고립의 만리장성”을 쌓고 있다고 비판하고, 남중국해 스카보러 암초(중국명 황옌다오)의 매립 공사를 강행할 경우 “미국과 다른 국가들이 행동에 나서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맞서 중국 인민해방군 쑨젠궈 부참모장은 “직접 연관이 없는 ‘외부 국가’는 딴 짓을 하지 말고 건설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남중국해 문제는 자국의 이기적인 이익을 챙기려는 일부 국가들의 도발 때문에 과열 양상을 보인다”고 미국을 맹비난했다.
사실, 대북 접근법이나 남중국해 문제를 놓고 미·중 양쪽이 결사항전을 할 것처럼 얘기한 것은 어제 오늘 얘기가 아니다. 전략적 이해관계가 불일치하는 이런 이슈들을 놓고 단기간에 접점을 찾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은 중국이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임기말인 미국이 양국 관계를 극한대결로 몰고갈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미국의 민간정보 회사인 ‘스트랫포’도 “중국이 환태평양합동군사훈련(림팩) 훈련에도 참가하는 등 양국간 군사적 유대가 냉전 종식 이후 가장 강하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런 이유에서 미국의 파상 공세가 통상·경제 분야에서 중국의 양보를 최대한 받아내려는 ‘성동격서’ 성격도 있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미 상무부가 지난달 중국 냉연강판에 최고 522%의 반덤핑 관세 폭탄을 매긴 것이나, 미국의 화웨이에 대한 압박도 이런 맥락에서 풀이할 수 있다. 미국 싱크탱크인 브루킹스 연구소는 “(미-중 전략·경제대화에서) 경제 의제 측면에서 보면 가장 중요한 이슈는 ‘양자투자협정’(BIT) 체결”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과 맞먹는 파괴력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되는 양자투자협정이 체결되면, 미국의 대중국 직접투자 장벽이 크게 낮아져 미국 기업들한테 상당한 수혜가 돌아간다. 이 때문에, 오바마 행정부는 ‘임기말 업적’의 하나로 올해 안에 중국과 이 협정을 체결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투자 시장을 개방하는 것에 머뭇거리며 소극적으로 임하고 있다. 또한, 미국은 위안화의 절상·절하 폭을 확대하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수출 쪽으로 생산 과잉을 밀어내려는 중국은 ‘환율개혁을 지속하겠다’는 원칙적 입장만 고수하고 있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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