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리수용 면담 몇시간만에
미국 ‘북 자금세탁 우려국’ 지정
미국, 베트남 무기수출 전면해제에
중국, 대항마 캄보디아 국왕 초청
미국 ‘북 자금세탁 우려국’ 지정
미국, 베트남 무기수출 전면해제에
중국, 대항마 캄보디아 국왕 초청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 등 미·일 동맹 강화를 통한 대중국 포위 전략 → 리수용 북한 노동당 정무국 부위원장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면담 → 미국 재무부가 북한을 주요 자금세탁 우려 대상국으로 지정.
미국과 중국이 오는 6~8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양국간 전략·경제대화를 앞두고 장군·멍군을 부르는 듯 전략적 기싸움의 강도를 높여가고 있다. 미국이 1일(현지시각) 북한을 주요 자금세탁 우려 대상국으로 지정한 것도, 이런 세력 대결의 흐름 한가운데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 재무부가 북한을 주요 자금세탁 우려 대상국으로 지정하면서 내놓은 조처는 미국과 달러 거래를 하는 중국 은행들을 실질적으로 겨냥하고 있다. 핵심 내용 가운데 하나가 ‘제3국의 은행’이 미국 내 외환계좌를 북한 금융기관과 거래에 이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 은행을 구체적으로 특정하지 않았지만, 언제든 대중국 압박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경고를 보낸 것으로 볼 수 있다.
무엇보다, 미 재무무가 북한을 자금세탁 우려 대상국으로 지정한 시점이 미묘하다. 재무부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리수용 북한 노동당 정무국 부위원장의 면담이 이뤄진 지 불과 몇시간만에 이를 발표했다. 또한, 미 의회가 지난 2월 통과시킨 대북제재법은 행정부에 180일 동안의 검토할 시간을 줬지만, 재무부가 법 시행 104일만에 갑작스럽게 발표한 점도 예사롭지 않다. 북-중 간 관계정상화 모색에 대한 미국의 강한 견제구로 볼 수밖에 없다.
중국의 남중국해 인공섬 건설과 군사기지화 움직임에 대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베트남 방문 때 무기 수출 금지 조처를 전면 해제하면서 중국을 압박했다. 이에 맞서, 루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달 30일 시진핑 주석의 초청으로 노로돔 시하모니 캄보디아 국왕이 2일부터 3일간 국빈 방문한다고 공개했다. 중국은 일대일로(육상·해상 실크로드) 틀 안에서 캄보디아와 사회간접자본 시설 연결을 추진하며 베트남에 대한 대항마로 캄보디아에 공을 들이고 있다.
시 주석이 리수용 부위원장을 만난 것에 대해서도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달 말 일본 방문 때 미-일 동맹 강화를 강조한 것과 연관짓는 해석이 나온다. 중국 언론들은 오바마 대통령의 베트남·일본 방문과 관련해 대중 포위전략을 강화하는 포석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왔다. 이에 따라 미-중 전략·경제 대화에선 대북 제재 강화와 철저한 이행을 중국에 촉구하려는 미국과, 미국의 일방적 양자제재에 반대하며 현재의 제재 수준으로 묶어두려는 중국 간에 상당한 신경전이 펼쳐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김진철 기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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