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로체스터를 지탱하던 세계적 대기업이었던 코닥과 제록스의 몰락 이후에도 로체스터의 고급기술 인력들은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을 차려 새출발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코닥과 제록스에서 단순기술로도 고임금을 받았던 인력들은 회사가 문을 닫거나 이전하자 할 일도, 갈 곳도 사라졌다. 로체스터가 풀어야 할 가장 큰 현안이다.

지난 2014년 취임한 러블리 워런(39) 로체스터 시장은 지난 12일(현지시각) 시청 집무실에서 <한겨레>와 만나, 이들을 위한 정책 대안으로 협동조합 형태의 ‘스타트업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장 직속 ‘혁신 및 전략구상팀’ 직원인 헨리 피츠가 동석했다.

-스타트업과 협동조합을 결합하는 아이디어를 구상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로체스터에선 기술 수준이 낮은 사람들의 일자리가 줄고 있다. 삶에 주인의식을 갖게 하고 주민 역량을 어떻게 강화할 것인지 관심을 갖고 다른 도시들 사례를 찾아봤다. 스페인 몬드라곤이나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의 협동조합이 우리의 모델이다.”

-클리블랜드를 모델로 하고 있다는 건 무슨 뜻인가?

“클리블랜드 협동조합엔 일종의 ‘앵커(거점) 기관’들이 있다. 예컨대 스타트업이 없을 때는 대형병원이 병원 세탁물을 밖에서 처리했는데, 지금은 클리블랜드 안에 세탁협동조합이 만들어져 이 일을 한다. 우리는 대형 식료품 매장인 웨그먼스, 로체스터 대학 등과 같은 거점 기관이 많이 있어 이런 일을 하는 데 유리하다.”

-구상은 지금 어느 단계에 와 있고, 주로 어떤 업종을 대상으로 생각하고 있나?

“기획과 전략 검토인 1단계를 마치고 구체적으로 사업계획을 짜는 2단계에 돌입했다. 초기에는 대규모 자본이 들어가지 않는 업종, 예를 들면 녹색 건설 분야나 태양발전용 시설, 가정 내 환자보호나 보육 사업 등을 생각하고 있다.”

-굳이 협동조합 형태를 고민하게 된 이유는?

“협동조합은 무엇을 할 것인지 민주적으로 의사결정을 하는 시스템이다. 투자, 재투자, 기업 확장, 추가 고용 등을 모두 논의한다. 그런 면에서 ‘민주적 소유제’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일자리와 사업을 보존하려는 동기가 전통적인 기업 구조에 비해 훨씬 강하다. 스스로 노동환경을 더 좋게 할 수 있고, 작업장도 훨씬 더 잘 보존할 수 있다. 이렇게 어떤 회사의 종업원이 아니라 소유주가 되고 기업가가 되면 공동체에서 지속가능한 부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가장 큰 도전은 무엇인가?

“초기 창업 비용이다. 누군가는 초기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창업을 하면 다음부터는 스타트업이 과정을 진행하겠지만 말이다.”

워런(민주당)은 로체스터 최초의 여성 시장이자 역대 최연소 시장이다. 그의 부모도 모두 로체스터의 코닥과 제록스에서 근무했다. 그는 로스쿨을 졸업하고 뉴욕주 의원 비서관, 뉴욕주 법무장관 비서관 등을 거쳐 2007년부터 로체스터 시의원으로 활동했고, 2010년에는 역대 최연소 로체스터 시의회 의장직을 맡기도 했다.

로체스터/이용인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