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리스 해결위해 의기투합…6월29일 기사 출고 합의
신문·TV·라디오 등 참여해 시 정부에 조처 촉구키로
신문·TV·라디오 등 참여해 시 정부에 조처 촉구키로
미국 최고의 관광도시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샌프란시스코 지역의 30개 언론사가 경쟁을 접고 이 지역 최대 현안인 ‘홈리스’를 협업 취재하기로 했다고 <뉴욕 타임스>가 16일 전했다. 그동안 몇몇 언론사들 간의 협업 취재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특정 이슈를 두고 경쟁관계의 언론사들이 이처럼 뭉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홈리스 공동취재는 이 구상을 주도하고 있는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의 편집국장 오드리 쿠퍼의 개인적인 경험에서 시작됐다. 쿠퍼는 편집국장으로서 홈리스에 대한 수많은 기사들을 판단하고 감독해왔지만, 실제 그가 홈리스 문제를 심각하게 느끼게 된 것은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6개월된 아기를 태운 유모차를 밀며 상업지구를 지나다가 보도에 있는 텐트 안에서 홈리스 커플이 성관계를 하는 것을 보게 됐다. 텐트 입구는 열려 있었고 투견 한마리가 ‘보초’를 서고 있었다. 쿠퍼는 욕설을 하며 큰 소리로 분노를 표시했다. 쿠퍼는 “그때 소리를 지르지 말았어야 했다”고 말했다.
물론, 샌프란시스코 주민들은 수십년동안 홈리스에 익숙해 있다. 하지만, 홈리스들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거나 상상의 적과 논쟁을 벌이고, 행인들을 괴롭힌다는 생각도 갖고 있었다. 따라서 주민들과 홈리스들 간에 늘 긴장이 있었다.
쿠퍼 편집국장을 비롯해 샌프란시스코 지역에 사는 언론인들은 홈리스 문제를 긴급히 해결해야 한다는 일치된 목적으로 의기 투합했다. 이들은 경쟁관계는 잠시 접고 홈리스 기사를 통해 시 정부에 조처를 촉구하기로 했다. <크로니클> 같은 인쇄매체들뿐만 아니라, 이지역 텔레비전 및 라디오 방송국도 참가의사를 밝혔다. 모두 30개 언론사가 뭉쳤다. 이들 언론사 대표들은 지난달 모여 자료와 기사 내용을 공유하는 계획을 짰다. 이들은 오는 6월29일 홈리스에 대한 기사를 내보내기로 합의했다.
언론사마다 각자의 역할도 다르다. <크로니클>은 전통적인 기사와 뉴스 형식을 생략하고, 일주일 동안의 취재를 거쳐 피난처가 없는 약 6000명의 곤경에 처한 사람들을 위한 가능한 해결책을 제안할 예정이다. 이 매체의 첫번째 제안은 정신질환을 앓는 홈리스 치료를 위해 상당한 크기의 정신건강센터를 건설하도록 시 정부에 촉구하는 것이다. 이 언론사의 기사와 사진은 참여 언론사에 거저 제공된다. 이 지역 방송국인 <크론 텔레비전>은 일주일 동안 매일 홈리스에 대한 보도를 내보낼 예정인데, 홈리스에 대한 인물정보들을 내보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쿠퍼 편집국장은 이런 노력의 목표가 정치인들이 해결책을 찾아내도록 ‘취재 물결’을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문, 페이스북, 라디오, 텔레비전, 신문인, 트위터 등 어떤 매체를 통해서든 홈리스 문제와 해결책을 보게 만드는 것이다.
예산제약 등으로 뉴스 영역에서도 협업이 점점 일반화되고 있지만, 샌프란시스코 지역 언론사들의 협업은 수적으로 상징적이라고 <뉴욕 타임스>는 전했다. 또한, 진보적 전통을 갖고 있는 샌프란시스코에선 언론인들이 취재의 영역을 넘어 ‘행동주의’ 영역으로 옮겨간 것에 대해 현재까지 문제제기는 없었다고 한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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