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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트럼프 “동맹국 방위비 더 내야…아니면 스스로 방어”

등록 2016-04-28 19:24수정 2016-04-28 22:28

집권땐 한-미관계 지각변동
협상 결렬되면 미군철수 시사
한국 지금도 연 1조 내는데
추가 인상 압박 내몰릴듯

“중국이 북한 통제하도록
미국 경제력 행사” 강조도
도널드 트럼프 주요 대외정책 발언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미국 공화당 대선 경선 선두주자인 도널드 트럼프가 27일(현지시각) 대외정책을 발표하면서, 유럽과 아시아의 동맹국들에 추가적인 방위비 지불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는 이날 워싱턴 메이플라워 호텔에서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로 이름 붙여진 외교정책 연설을 통해 “동맹국들은 공평한 몫을 지불하지 않고 있다”며 “동맹국들이 엄청난 안보 부담에 따른 미국의 재정적·정치적·인적 비용에 더 기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렇지 않을 경우, 미국은 각국이 스스로를 방어하도록 준비해야 한다.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외에 그동안 ‘안보 무임승차’ 국가의 사례로 들었던 한국이나 일본, 독일, 사우디아라비아 등을 이날 연설에서 구체적으로 적시하진 않았다. 하지만 한국이 이 범주에 들어가는 건 확실해 보인다. 한국이 주한미군 주둔과 관련해 매년 1조원 가까운 방위비 분담금을 내고 있지만, 트럼프는 이를 ‘푼돈’ 수준이라고 폄하해왔다. 트럼프는 한발 더 나아가 ‘돈을 더 내기 싫으면 자국 방위는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미군 철수까지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이는 미국 내 진보·보수 진영이 암묵적으로 합의하고 있는 대외정책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다. 대체로 주둔 비용은 동맹국들이 더 부담하도록 하되, 계속적인 미군 주둔을 통해 군사적 영향력을 유지하는 것이 미국의 기본정책 뼈대였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발언은 군사력을 통한 미국의 패권적 지위마저 포기할 수도 있다는 뜻으로, 고립주의의 ‘완결판’이라 할 수 있다. 현재로선 미군 철수가 방위비를 동맹국에 더 분담시키기 위한 협상용인지, 아니면 실제로 가능한 정책적 대안으로 고려하고 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다만, 만일 ‘트럼프 행정부’가 실현된다면, 주한미군 철수·감축 카드 정도만으로도 한국 사회를 흔들며 엄청난 방위비 분담을 떠안길 수 있다.

트럼프는 논란이 됐던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 허용 등에 대해 이날은 언급하지 않았다. 워싱턴 외교가는 물론 동맹국들한테도 적지 않은 비판을 받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자국 방위 원칙’을 극단으로 밀고 나가면 ‘핵무장 허용’도 가능한 것이어서, 논란이 완전히 가라앉았다고 할 순 없다.

트럼프는 대북 정책에 대해선 ‘고립주의’ 혹은 ‘비개입주의’의 연장선에서 중국이 북한을 제어하도록 하는 ‘중국 역할론’을 제시했다. 이는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 정책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데 그는 “북한이 지속적으로 도발 수위를 높이고 핵 능력을 확장하는데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맥없이 쳐다만 보고 있다”며 “우리는 중국이 통제 불능의 북한을 제어하도록 중국에 우리의 경제력을 행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그의 고립주의적 대외노선은 여러 곳에서 확인된다. 그는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전투에 우리 병력을 보내지 않을 것이다. 정말로 필요한 경우에만, 승리에 대한 계획이 있을 때만 보낼 것”이라고 했다. 이슬람국가(IS) 격퇴에 대해서도 “내가 대통령이 되면 이슬람국가는 아주 신속하게 사라질 것”이라며 ‘강한 미국’을 과시하려 했다. 하지만 그 수단으로 군사력 사용보다 “철학적 투쟁”을 제시했다.

그의 대외정책이 전문가 집단으로부터 뭇매를 맞고 있지만, 유권자들에겐 상당한 소구력이 있어 보인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신물이 난 미국인들에게 ‘더 이상의 전쟁 개입은 없을 것’이라며 고립주의로 호소하고,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레토릭으로나마 미국인들의 패권주의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며 ‘위대한 미국’의 복원을 외치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연설을 마냥 무시할 수 없는 이유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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