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대학생 실종 사건 일지
시위 대학생 43명 실종 미스터리
2014년 체포 대학생들 행방묘연
정부 “마약조직이 살해했다” 발표
미주인권위 “정부 주장 증거없다” 결론
정부 고위층 연루 의혹까지
경찰-마약조직 ‘검은 유착’ 속
‘미궁으로 남을까’ 우려 커져
2014년 체포 대학생들 행방묘연
정부 “마약조직이 살해했다” 발표
미주인권위 “정부 주장 증거없다” 결론
정부 고위층 연루 의혹까지
경찰-마약조직 ‘검은 유착’ 속
‘미궁으로 남을까’ 우려 커져
2014년 9월 멕시코를 발칵 뒤집어 놓은 대학생 집단 실종 및 피살 의혹 사건에 정부 고위층이 연루됐다는 의혹이 갈수록 짙어지고 있다. 멕시코 정부가 독립적인 국제 조사기구의 조사를 방해했다는 주장과 경찰 고위직 관리가 대학생 납치에 직접 개입했다는 보도도 잇따랐다. 대학생 43명의 죽음은 앞으로도 한동안 미궁인 상태로 남을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주기구(OAS) 산하 미주인권위원회(IACHR)는 24일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들의 교대생 집단 실종·피살 사건 조사를 멕시코 정부가 방해하는 바람에 진실에 접근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고 <아에프페>(AFP) 통신 등 외신들이 전했다. 미주인권위는 멕시코 검찰총장실이 관련 사건 수감자들의 면담조사와 정보수집을 제때에 허용하지 않았으며 검사들은 민간 전문가들이 제안한 수사 관점을 따르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조사 보고서에서 “사건의 실체를 파악할 수 있는 증거들의 수집을 (검찰이) 지연시킨 것은 진범들에 대한 불처벌 결정으로 해석된다”고 지적했다. 그 뿐 아니라 멕시코 수사당국은 100여명의 범행 용의자들로부터 자백을 받아내기 위해 최소 17명을 고문하거나 가혹하게 다뤘다고 인권위는 지적했다.
미주인권위의 사건 조사팀은 멕시코 정부의 요청으로 꾸려졌으며, 지난해 9월 1차 조사보고서에 이어 이번에 최종 보고서를 냈다. 조사팀은 기자회견에서, 학생들이 갱단에게 살해된 뒤 주검이 쓰레기장에서 불태워졌다는 멕시코 수사당국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는 1차 보고서의 결론을 뒤집을만한 단 하나의 증거도 갖고 있지 않다고 못박았다.
앞서 2014년 9월26일, 게레로주 아요치나파의 교육대학생 100여명은 시골 지역 대학생들의 교사 임용 차별에 항의해 이괄라 시에서 시위를 벌였고, 호세 루이스 아바르카 시장은 경찰에 시위 진압을 지시했다. 마침 이날 저녁, 아바르카 시장의 부인이자 지역 교육위원장인 마리아 데 로스 피네다의 연설이 예정돼 있었다. 경찰이 실탄을 쏘며 무차별 진압에 나서면서 대학생 3명이 숨졌으며, 43명은 체포된 뒤 지금껏 행방이 묘연하다. 사건 직후, 아바르카 시장은 부인과 함께 잠적했다가 11월에 체포됐다.
검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지역 관리들뿐 아니라 연방경찰과 마약조직과의 검은 유착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연방경찰이 체포한 학생들을 지방경찰에게 넘겨줬으며, 지방경찰은 자신들이 결탁한 마약조직에 학생들을 넘겨줬다는 것이다. 제대로 된 교육·훈련을 받지 않은 채 박봉에 시달리는 멕시코 일부 지역의 경찰은 마약조직의 매수나 협박에 쉽게 걸려든다. 또 시장 부인 피네다의 두 오빠가 마약조직의 주요 수배인물이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남미 위성방송 <텔레수르>는 24일 “이번 수사의 핵심 증인이 실종 대학생 (43명 중에서) 15~20명의 납치에 직접 가담한 이괄라 시 경찰관 2명의 신원을 털어놨다”고 보도했다. 연방경찰의 비공개 내부 문건에 따르면 이들은 학생들을 체포한 게레로 주 이괄라 시 경찰 부국장과 부감찰관이다. 그러나 경찰의 공식문건에는 이번 사건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5명의 다른 경찰관들 이름이 기록돼 있다고 방송은 전했다. 이 증인은 5명 중 2명이 사건 당일 연방경찰이 체포한 학생들을 인근 휘추코 지방경찰에게 넘겨주던 현장에 있었으며, 휘추코 지방경찰은 이 학생들을 마약조직에 팔아넘겼다고 말했다.
미주인권위 조사팀에서 활동한 콜롬비아 출신 알레한드로 발렌시아 변호사는 <뉴욕 타임스>에 “아요치나파 사건은 멕시코가 법치와 인권보호를 강화할 수 있을지 갈림길에 세워놓았다”고 말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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