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유엔 사무총장 경선에 나선 9명의 후보 중 한 명인 이리나 보코바 유네스코 사무총장(왼쪽 위 스크린 영상)이 12일 유엔본부에서 사흘 일정으로 시작된 후보 청문회인 ‘비공식 대화’에서 회원국 대표들에게 자신의 구상을 발표하고 있다. 뉴욕/신화 연합뉴스
반기문 총장 후임 선출절차 개시
보코바 유네스코 사무총장 등 도전장
후보 9명 ‘공개 청문회’ 첫 시도
안보리 5개 이사국이 결정권
보코바 유네스코 사무총장 등 도전장
후보 9명 ‘공개 청문회’ 첫 시도
안보리 5개 이사국이 결정권
올해 말 임기가 끝나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뒤를 이을 제9대 사무총장을 선출하기 위한 ‘청문회’가 12~14일 유엔 역사상 처음 실시된다. 강대국 간 ‘밀실 협상’ 선출 과정을 다소라도 개선하기 위한 시도지만, 최종 낙점은 이전과 마찬가지로 강대국들이 하게 된다는 점에서 큰 틀의 변화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유엔 총회는 이날 뉴욕 유엔본부 신탁통치이사회 회의실에서 사무총장 후보 9명 가운데 3명을 상대로 ‘비공식 대화’를 시작했다. 첫 주자로 나선 이고르 룩시치 몬테네그로 외무장관은 발칸반도 국가들의 다인종·다문화적 특성을 들며 자신이 유엔을 이끌 적임자라고 호소했다. 그는 프레젠테이션을 시작하면서 스페인어, 아랍어, 러시아어, 중국어로 “감사하다”고 말한 뒤 유엔 공용어인 영어와 프랑스를 번갈아 사용하며 비전을 발표했다. 두번째 주자로 나선 불가리아 출신의 이리나 보코바 유네스코 사무총장은 “사회의 동등한 구성원인 여성에게도 개발 기회를 줘야 한다”며 양성평등을 강조했다. 유엔 사상 첫 동유럽 출신 사무총장을 뽑자는 여론과 첫 여성 사무총장을 뽑자는 여론이 적지 않아, 여성이자 동유럽 출신인 그가 가장 강력한 후보로 꼽히고 있다. 이날 마지막 후보로 나선 포르투갈의 안토니우 구테헤스 전 유엔난민기구 최고대표는 유엔 사무총장은 성과를 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유엔은 너무 많은 회의가 있고, 너무 많은 사람이 있고, 결정도 못 내리는 토의를 너무 많이 한다”고 비판했다.
‘청문회’ 도입으로 사무총장 선출 절차가 이전보다 다소 투명해졌지만, 여전히 거부권을 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이 결정권을 쥔 점에선 차이가 없다. 상임이사국이 후보를 ‘낙점’한 뒤 15개 이사국 가운데 9개국이 찬성하면 총회에서 추인을 받는 옛날 절차 그대로인 것이다.
이를 의식한 듯 청문회 진행을 맡은 모겐스 뤼케토프트 유엔총회 의장은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여론이 생기면, 안보리가 (이를 무시하고) 다른 후보를 지명할 것 같지는 않다”며 청문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2차 청문회는 오는 6월 런던에서 열리며, 안보리는 7월부터 본격적인 후보 선정에 들어갈 예정이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yyi@hani.co.kr
유엔 사무총장 선출 절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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