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대선때 자금 전용 의혹
부통령은 ‘탄핵 연설’ 육성 유출
룰라 영입도 되레 역풍으로 작용
하원 2/3 찬성땐 직무정지
상원 동의해야 직위 잃지만
임기내내 레임덕 불보듯
부통령은 ‘탄핵 연설’ 육성 유출
룰라 영입도 되레 역풍으로 작용
하원 2/3 찬성땐 직무정지
상원 동의해야 직위 잃지만
임기내내 레임덕 불보듯
브라질의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에게 ‘운명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브라질 하원의 대통령탄핵특별위원회가 11일 호세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의견을 찬성 38 대 반대 27로 통과시켰다고 <로이터> 등 외신들이 전했다. 이에 따라 하원은 오는 17일 전체회의를 열어 대통령 탄핵안을 표결에 부칠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집권 노동자당의 연정에서 최근 탈퇴한 브라질민주운동당 소속 미셰우 테메르 부통령이 호세프 대통령의 탄핵을 기정사실화한 연설 육성이 온라인에 유출되면서, 브라질 정국은 더욱 격랑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호세프 대통령은 2014년 대통령 선거 기간 중 국영은행의 자금을 재정적자 감축과 공공지출에 전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호세프 대통령은 모든 혐의를 부인하며 “대통령 탄핵은 기득권 집단의 사법 쿠데타”라고 반박해 왔다.
하원 표결에서 전체의원 513명 중 3분의 2(342명) 이상이 찬성하면 호세프 대통령은 최대 180일 동안 직무가 정지되며, 테메르 부통령이 대통령 직무를 대행한다. 이 기간 중 상원은 대법원장이 주재하는 대통령 탄핵심판을 열어 탄핵안을 논의한 뒤 탄핵 절차를 접거나 표결을 해야 한다. 상원에서 전체의원 81명 가운데 3분의 2(54명) 이상의 찬성으로 탄핵안이 최종 가결되면 호세프 대통령은 즉시 직위를 상실하며, 테메르 부통령이 2018년 12월까지 남은 임기를 승계한다.
호세프 대통령은 야권의 탄핵 움직임에 맞서 지난달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전 대통령을 수석장관에 영입하며 분위기 반전을 시도했다. 그러나 룰라 전 대통령도 재임 중 뇌물수수 혐의를 받고 있어, 룰라의 입각이 그의 기소를 회피하기 위한 꼼수가 아니냐는 비난이 일면서 호세프 정권은 되레 역풍을 맞았다.
호세프 정부는 하원의 탄핵 표결 부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룰라 전 대통령은 11일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지지자들에게, 브라질 재계의 최상류층이 대통령을 축출하도록 의원들을 압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호세프 대통령이 직위를 유지해 빈민층을 위한 정책을 계속 펼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현지 여론조사업체 다타폴야의 조사에서는 하원 의원의 60%, 상원 의원의 55%가 탄핵에 찬성해 가결 정족수 3분의 2에는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호세프 대통령은 의회 탄핵의 대상이 됐다는 사실만으로도 남은 임기 내내 레임덕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대통령직 승계 1순위인 테메르 부통령이 호세프 대통령 탄핵을 가정한 연설 육성이 11일 온라인에 유출되면서 또다른 파장이 일었다. 테메르 부통령은 14분 가량의 연설에서 “이제부터 나의 최대 임무는 나라의 안정과 단합”이라며, 모든 정당이 나라를 위기에서 구하는 데 협력하자고 촉구했다.
부통령실은 현지 일간 <폴하>에 “휴대전화로 연습한 연설이 실수로 유출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호세프 정부 지지자들은 “이 연설은 야권의 대통령 탄핵 절차가 정치 쿠데타를 가리는 수법이라는 증거”라고 반발하고 있다.
브라질 노동자당은 노동자 출신의 룰라 전 대통령이 집권한 2003년부터 2010년까지 브라질의 비약적인 경제성장과 서민 복지정책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룰라는 2008년 12월 퇴임 직전까지도 지지율 87%라는 경이적인 신화의 주인공이었다. 호세프 대통령도 룰라의 후광에 힘입어 2010년과 2014년 대선에서 연거푸 승리했으나, 브라질 정국을 강타한 국영에너지기업 페트로브라스의 정경유착 스캔들과 최악의 경제난에 발목을 잡혔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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