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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고립주의-군사개입 왔다갔다…럭비공 같은 ‘트럼프 대외정책’

등록 2016-03-28 20:04수정 2016-03-29 09:20

한반도부터 중동·유럽 정책까지
안보 스스로 책임지라는 ‘고립주의’
‘동맹국 공짜심리’ 비판여론에 편승

반면 북한 등에 여론 나빠지면
주저없이 군사적 개입주의 거론
김정은 겨냥 “암살 이상의 것” 발언
후보 지명돼도 공약 정제 미지수
미국 공화당 대선 경선 선두주자인 도널드 트럼트가 <뉴욕 타임스> 등과의 인터뷰에서 한·일에 핵무기 보유 허용과 주한미군 철수까지 거론하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그의 대외정책 기조에 대한 관심도 늘고 있다.

트럼프의 대외정책은 종잡을 수가 없다. 여론 향배에 따라 ‘고립주의’와 ‘공격적 군사주의’라는 양 극단을 시계추처럼 오가고 있기 때문이다. 워싱턴 일부에선 이런 그의 행보를 두고 ‘움직이는 골대’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가 만일 미국 대통령이 된다면 한국을 비롯해 관련국들이 엄청난 불확실성으로 빠져들 수 있다.

트럼프의 대외정책은 기본적으로는 한반도 문제를 포함해 중동·유럽 정책에 이르기까지 ‘고립주의’ 혹은 ‘비개입주의’로 특징지울 수 있다. 예를 들어, 한국과 일본에 핵무장을 허용할 수 있다는 논리나 미군 철수 주장이 대표적이다. 그는 미국의 유럽 안보체제 중심인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에 대해서도 “유럽 국가들이 미국의 방위 제공에 무임승차를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미국의 동맹들은 더이상 미국이 제공하는 핵우산이나 미군 주둔에 기대지 말고 자국 안보를 스스로 책임지라는 것이다.

트럼프의 이런 논리에 뿌리가 없는 건 아니다. 공화당 안에서도 비주류에 속하는 자유지상주의들이 줄곧 이런 주장을 펼쳐왔다. 자유지상주의자들은 개인의 자유와 시장논리를 철저하게 고수하면서 ‘작은 정부’와 ‘적은 세금’를 옹호한다. 미국인이 내는 세금을 다른 국가의 방위를 위해 축내지 말고 미국은 ‘본토로 회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강경보수 풀뿌리 조직 ‘티파티’가 이런 논리를 추종한다.

이에 비해 공화당 주류는 국내적으론 ‘작은 정부’를 주창하지만, 대외정책에 있어선 강력한 군사적 팽창주의에 입각한 ‘큰 정부’를 내세워 트럼프의 주장과 차이가 있다. 트럼프의 이라크 침공 비판에 대해 공화당 주류들이 불편해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 비롯된다.

이라크 침공과 아프가니스탄 전쟁으로 미국 경제가 피폐화되고 2008년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미국의 밑바닥 여론도 ‘고립주의’로 기울어있다.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캐서린 힉스 국제안보프로그램 소장이 27일 의회 전문지 <더 힐>에 “동맹을 맺고 유지하는 문제와 관련해 우리가 다른 나라를 돕지만, 이는 사실 전적으로 우리의 이기적인 이유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트럼프를 비판했지만, 미국의 밑바닥 정서는 팍팍해진 현실의 원인을 동맹국들의 ‘공짜 심리’에서 찾고 싶어한다. 트럼프의 고립주의가 힘을 얻는 이유다.

그런데 트럼프가 일관되게 고립주의적 대외노선을 견지하는 건 아니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그는 북한 등 특정 국가에 대해 여론이 나빠지면 주저없이 군사적 개입주의를 거론했다. 그는 잠재적 대선 후보로 거론되던 지난 1999년 이른바 북한 금창리 핵의혹 사건이 불거지자 <월스트리트저널> 기고를 통해 북한이 계속 핵무기 기술을 추구하면 선제적 공격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또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직후인 지난달 10일에는 <시비에스>(CBS) 인터뷰에서 “중국이 그자(김정은)를 어떤 식으로든 (지구상에서) 사라지게 만들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사라지게 만드는 것이 암살을 의미하느냐’는 질문에 “그거보다 더 나쁜 짓에 대해서도 들어봤다”고 말할 정도다. 대중의 인기에 영합하는 포퓰리즘적 성향과 유세장에서 보이는 마초적 기질을 고려할 때 예측할 수 없는 군사적 모험주의를 시도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순 없다.

트럼트가 당내 경선을 거쳐 대선 후보로 지명되면 좀더 정제된 ‘공약’을 내놓을 수는 있다. 일단 공화당 후보로 지명되면 당 지도부와의 밀도있는 협의를 벌인 뒤 7월 전당대회 때 당 강령 및 후보 공약을 발표하는 것이 일반적 관례다. 하지만 트럼프와 공화당 지도부가 앙숙 관계인 점에 비춰볼 때, 전통적인 공약 생산 과정이 제대로 이뤄질지 의심스럽다. 또 정제된 공약이 만들어져도 트럼프의 기질상 민주당 후보와의 본선 경쟁에서 판세가 불리하다고 판단되면 얼마든지 지금같은 대중영합적인 공약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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