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 마지막날 연설 TV생중계
라울 카스트로 앞 정치개혁 주문도
미 의회에 금수조처 해제 촉구엔
참석자들 기립박수로 화답
연설뒤 카스트로에 “생큐” 입모양
친선야구 관람뒤 아르헨티나로
라울 카스트로 앞 정치개혁 주문도
미 의회에 금수조처 해제 촉구엔
참석자들 기립박수로 화답
연설뒤 카스트로에 “생큐” 입모양
친선야구 관람뒤 아르헨티나로
“아주 간단하다. 미국이 해왔던 일(봉쇄정책)이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진실을 인정할 만한 용기를 가져야 한다. 냉전시대에 고안된 고립정책은 21세기에는 의미가 없다.”
쿠바를 방문 중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2일 양국의 관계 정상화를 시도한 이유를 말하며 미국의 실수를 솔직히 인정했다. 그가 쿠바 방문 마지막날인 이날 오전 아바나의 알리시아 알론소 국립극장에서 공개연설을 통해 간명하면서도 호소력있게 쿠바 방문 이유를 설명하자, 참석자들 사이에서 기립박수가 쏟아졌다.
오바마 대통령은 “금수조처가 쿠바인들에게 도움이 된 게 아니라 피해를 입혔다”며 미 의회에 금수조처 해제를 촉구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은 모든 쿠바인이 볼 수 있도록 텔레비전으로 생중계됐다.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도 직접 극장에 나와 연설을 들었다.
그는 “미주 대륙에 남아 있는 마지막 냉전의 잔재를 (땅에) 묻기 위해 여기 왔다”며 “쿠바인들에게 우정의 손을 내밀기 위해 여기 왔다”고 말했다. 그는 38분 동안의 연설에서 “아바나는 플로리다에서 145㎞밖에 떨어져 있지 않지만, 역사와 이데올로기의 장벽, 고통과 분리의 장벽 때문에 여기 오기 위해 먼 거리를 돌아와야 했다. 여러모로 미국과 쿠바는 오랜 세월 소원하게 지냈던 형제와 같은 사이”라며 정서적 유대감을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쿠바의 정치개혁 필요성을 조심스럽게 주문했다. 그는 “미국은 쿠바의 변화를 강요할 능력도 의도도 없다”면서도 “시민들은 두려움 없이 자유롭게 말하고 정부를 비판하며 평화로운 방식으로 항의할 수 있어야 한다. 유권자들은 자유롭고 민주적인 선거로 자신의 정부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직접 카스트로 의장을 향해서도 “미국의 위협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쿠바 내부의 서로 다른 목소리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며 표현의 자유와 정치적 자유를 허용할 것을 에둘러 촉구했다. 연설을 끝낸 뒤 그는 조용히 입모양으로 카스트로를 향해 “생큐”라고 말하기도 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카스트로 의장이 보는 앞에서 모든 쿠바인들에게 선거를 통한 정부 구성의 필요성을 설명한 것 자체가 양국 간 신뢰의 깊이를 보여주는 단면으로 볼 수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쿠바 반체제 인사들을 2시간가량 만난 뒤 오후에는 라티노아메리카노 스타디움 귀빈석에서 선글라스를 끼고 편한 복장을 한 채 카스트로와 나란히 앉아 미국 프로야구팀인 탬파베이 레이스와 쿠바 국가대표팀의 친선경기를 관람했다. 그는 벨기에 브뤼셀 테러에 대응하기 위해 워싱턴으로 돌아가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경기 도중 스포츠 채널인 <이에스피엔>(ESPN)과의 인터뷰를 통해 “대통령으로서 가장 신중한 순간 중의 하나였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테러리즘의 전제는 사람들의 평범한 삶을 방해하려 하는 것”이라며 경기 관람을 결정한 이유를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4회초까지 경기를 지켜본 뒤 아르헨티나로 향했다. 그의 입국 때는 공항 영접을 나오지 않은 카스트로 의장은 출국 때는 활주로를 함께 걸으며 오바마 대통령을 배웅했다. 친선경기는 탬파베이 레이스의 4 대 1 승리로 끝났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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